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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법, 여야 접근법 달라...10년째 제자리걸음만

입력
2014.09.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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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치적 자유권 보장" / 野 "北주민 생존권 보장"

국제적 공론화로 논의 불가피, 민간 단체 지원여부가 막판 쟁점

최근 한미일 3국 외교정상이 첫 북한인권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 문제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정작 국내에선 북한인권법 처리가 10년 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여야 공히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북 접근법에 대한 시각 차로 제대로 머리를 맞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공론화 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자유권이냐, 생존권 증진이냐” 10년째 동상이몽

우리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7대, 18대 국회를 거치며 거의 매년 북한인권법안을 앞다퉈 제출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며 법안심사 자체를 거부해왔다. 다만 19대 국회 들어서 새정치연합이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당내 포스크태스까지 꾸려 지난 4월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일단 논의 틀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을 규정하는 시각에서부터 여야의 차이가 크다.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의 개념을 정치적 자유권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5개 법안 은 정치범 수용소 등과 관련한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강조하면서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인도적 지원 강화를 통해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게 인권 증진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심재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생존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주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북한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긴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북한 체제와 결부된 정치적 측면의 인권 문제를 건드릴 경우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는데다 북한의 반발로 남북 관계만 악화시킨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새누리당은 인권 문제는 보편적 가치로서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보면서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 정부를 압박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막판 쟁점은 인권재단 민간 단체 지원 여부

여야는 다만 북한 인권 실태 조사나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이 줄곧 제기해온 북한인권실태조사를 위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실태 조사 및 인권 개선 방안까지 연구하는 정보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은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명시하는 새정치연합의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외교통일위원장은 25일 “투명성이 전제된다는 조건 하에 돈이 아닌 물자라면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혀 접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관련한 국내외 민간 단체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설치하려는 북한인권재단은 인권 실태 조사 연구 및 홍보 사업과 더불어 북한 인권 관련 국내외 민간단체 지원이 핵심 업무인데, 새정치연합은 보수ㆍ극우 성향 단체들의 ‘돈줄’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외통위 간사인 심재권 의원은 “탈북자 지원을 앞세워 대북 삐라를 살포하는 단체들도 있는데 이들의 활동이 북한 인권 개선 활동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특정 성향의 단체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윤주기자kkang@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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