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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정국 정상화 전제는 政·靑의 진실규명 의지

입력
2014.09.22 20:00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처음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등 정치 복원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관련 원내대표 협의를 재개키로 했다. 정국의 꼬인 매듭을 풀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여야가 정치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긴 하지만 집중 협의를 통해 세월호 쟁점에 대한 합의를 조속히 이루는 걸 양당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또 신경전으로 시간을 질질 끌 여력도 없고, 국민의 피로감을 더 이상 조장해서도 안 된다.

최근 비대위 구성 이후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최대 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ㆍ기소권 문제가 본질이 아니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고, 유가족들도 이를 마냥 고집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도 들린다. 반면 대리기사 폭행사건 이후 20일 새로 구성된 세월호 가족대책위 집행부는 수사권ㆍ기소권 부여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가닥이 어디로 잡힐지 아직은 혼란스럽고 불분명하다.

돌이켜보면 지난달 19일 여야 원내대표의 2차 합의 직전 세월호 유가족대표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요구한 3가지 사항은 특검 추천 문제지, 수사권ㆍ기소권 사안은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2차 합의안의 특검 추천 형식과 합의도출 과정에 반발한 유가족 대표들이 가족총회를 열어 다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어느 정도 현실적 한계와 정치협상의 성격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로 보자면 세월호 협상이 꼬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신뢰의 문제이며, 여야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의지를 얼마나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참사 당일 정부의 상황인식과 대응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일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전향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1, 2차 합의 과정과 이후 여당ㆍ유가족 대표간의 협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십분 감안해 합의 도출에 빈틈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지는 못할망정 감정을 건드리는 등으로 강경 입장을 부추기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유가족도 타협과 절충이 정치의 성격이자 본질이라는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세월호 문제 해결은 여ㆍ야ㆍ유가족 모두의 절제와 합리적 사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하고,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9일을 합의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 이미 핵심 쟁점들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정리돼 있는 만큼 절충과 함께 유가족의 설득을 서둘러 세월호 합의가 이 달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정치 마비로 인해 나라 꼴은 물론이고 국민의 사기도 말이 아니다. 여야가 비상한 각오로 협상에 임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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