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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 돈 아닌 빚 쌓여도… 경기 못 살리면 심각한 세수 펑크

입력
201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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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가채무 올해보다 43조 늘어… GDP 대비 35.7% 역대 최고치

정부 세입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 3년째 세수 구멍 더 커질 가능성

방문규(가운데) 기획재정부 2차관, 송언석(왼쪽) 예산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15년 예산안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방문규(가운데) 기획재정부 2차관, 송언석(왼쪽) 예산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15년 예산안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보다 20조원 넘게 불어난 내년 예산안은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 확장책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41조원 상당의 재정 확대 패키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세법 개정 등과 맥을 같이한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를 띄우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가계소득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다시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점점 비어가고 있는 나라 곳간이다. 빚으로 대거 끌어 쓴 돈이 정부 의도와 달리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더욱 심각한 세수 펑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는 33조6,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대비 -2.1% 수준.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17조원 적자(GDP대비 -1.0%)보다 두 배나 악화한 수치다.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또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해 발표에선 재정 적자 규모를 차츰 줄여나가 2017년에 적자 비율을 0%에 가깝게(-0.4%) 끌어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2018년까지 짠 목표에는 차츰 적자 규모를 줄여 2018년 -1%로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2019년에도 관리재정수지가 0%가 된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균형재정이 계획상에만 존재하는 행태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43조1,000억원 늘어난 570조1,000억원. 매년 GDP 대비 35~36%대를 유지하면서 2018년에는 700조원에 육박(691조6,000억원)하게 된다. 이번 정권 출범 초기 내세웠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20%대 달성 목표 역시 폐기된 지 오래다.

정부는 30%대 중반으로만 관리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한번 나빠진 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더구나 정부가 세수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다지만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 3년째 세수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올해보다 20조원 이상 늘린 지출이 과연 정부 바람대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선택이 자칫 재정 위기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3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면서 정부가 증세 정공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단기 회복에만 급급하게 집중된 모양새”라며 “결국 빚이 늘어나는 구조를 끊기 위해선 증세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가채무가 괜찮다고 보지만 국제 기준에 따르면 공기업 부문을 더한 우리나라의 나라 빚이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세수 목표가 너무 낙관적이라 재정 적자 규모가 축소된 경향이 있다”라며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증세 정공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나연 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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