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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람 잔뜩… 내년 376조 '풍선 예산'

입력
2014.09.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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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최대 폭 5.7% 증액… 빚 내서라도 경기 부양에 초점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5.7%, 20조원 이상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됐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 올해 성사시키지 못했던 추가경정(추경) 예산 몫까지 더한 ‘슈퍼 확장예산’이라는 평이 나온다. 빚을 끌어서라도 어떻게든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 그러면서도 “증세는 없다”는 고집은 꺾지 않고 있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나라 재정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미래의 재정을 포기하고 현재의 경기를 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부는 18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내년 예산(총지출)은 올해보다 20조2,000억원 늘어난 376조원. 증가율(5.7%)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조원 가량 늘리기로 한 걸 감안하면, 20조원 증액은 보통의 추가경정예산(5조~6조원) 편성을 더한 규모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내년 총수입은 3.6% 증가한 382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8조5,000억원, 올해도 8조~9조원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등 3년간 잇따라 세수 구멍이 발생한 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 않고, 내년 경제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세입 전망을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6,000억원으로 올해(25조5,000억원)보다 증가하고, 국가채무도 570조1,000억원으로 올해(527조원)보다 40조원 넘게 불어난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마이너스(-) 2.1%로 2010년(-2.4%) 이후 5년 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35.7%)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 정부는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회복과 재정 개혁 등으로 재정 적자 규모를 차츰 줄여나간다는 계획이지만 현 정부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내년 예산은 경제활성화, 안전, 서민생활 안정 등에 집중적으로 쓴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보건과 복지 등의 복지 예산(115조5,000억원)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고, 이중 일자리 예산은 7.6% 증가한 14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금 월 최대 60만원 지급, 실업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 75% 지원, 중소기업 퇴직연금 지원 등 비정규직ㆍ실업자ㆍ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생활안정 3종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 안전 예산은 14조6,000억원으로 분야별 증가율이 가장 높고(17.9%), 창조경제 관련 예산도 8조3,000억원으로 17.1% 늘어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성적인 적자 재정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국가채무가 659조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법인세율 인상 등을 통해 부자 감세를 철회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았는데, '슈퍼 예산'이라 불릴 정도로 씀씀이를 크게 늘렸다. 사진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환 부총리와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았는데, '슈퍼 예산'이라 불릴 정도로 씀씀이를 크게 늘렸다. 사진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경환 부총리와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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