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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 수사·기소권 갖더라도 제 기능엔 현실적 장벽"

입력
2014.09.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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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까지 나서 선긋기, 野 강공노선 고집 땐 정쟁만 과열

'대통령 7시간' 조사 강제도 영장발부 단계부터 막힐 가능성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칩거 3일 만에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칩거 3일 만에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7일 당부에 복귀하면서 조만간 여야간 세월호특별법 제정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야권이 세월호법 협상을 내홍 극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권이 진상조사위의 수사ㆍ기소권 부여에 대해 ‘절대 불가’를 고수하는 상황이라 야당도 현실적으로 이를 적극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野, 수사ㆍ기소권 요구 쉽지 않을 듯”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수사ㆍ기소권에 선을 그은 마당에 야당이 강공노선만 유지한다면 정쟁만 과열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정당은 기본적으로 여론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만큼 새정치연합이 수사ㆍ기소권을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전략적 차원에서 주장은 할 수 있겠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이어 “야당의 협상 전략은 결국 특별검사 임명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점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의 가교ㆍ조정자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야당이 이전 협상에서 수사ㆍ기소권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당이 지난 두 차례의 잠정합의 과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어떤 주장도 하지 않았던 만큼 다시 협상을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이 만약 수사ㆍ기소권 부여를 주장하고 나설 경우 내홍을 해결하려고 강경모드로 돌아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수사ㆍ기소권이 진상규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냐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았다. 유가족이 수사ㆍ기소권을 요구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른바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조사를 강제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대통령의 행적이 범죄의 대상이 아닌 이상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발부 단계에서부터 막힐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전 대변인은 이날 “진상규명 ‘수단’에 불과한 수사권 부여가 쟁점이 되면서 ‘진상규명’의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 등) 망신주기’가 목적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생겼다”며 수사ㆍ기소권에 집착하는 전략의 함정을 우려하기 도했다.

때문에 진상규명이 본질이라면 확실한 조사권한을 보장받는 진상조사위 또는 특검 구성 등 대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수사ㆍ기소권 자체가 아니라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며 “새정치연합의 진정한 역할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부터 진상규명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확인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ㆍ기소권 부여 위헌 단정은 과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야당의 협상전략이 수사ㆍ기소권 확보에 맞춰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권의 위헌 주장을 수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수사ㆍ기소권 요구가 틀렸다기 보다는 청와대ㆍ새누리당의 수용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진상조사위가 수사ㆍ기소권을 갖더라도 사실상 여야가 함께 들어가는 만큼 제 기능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의 차원이라면 굳이 수사ㆍ기소권을 고집해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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