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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국정 마비 위기감… 더는 끌려갈 수 없다"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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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 반목 2년 차 성과 못 낼 판 "여론 세월호 정국에 피로" 판단도
무능한 정치권 작심한 듯 질타 "여당에 가이드라인 제시" 해석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정면 돌파 승부를 택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세월호특별법 내용과 관련해 야권 및 유족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를 마비시킨 여야 정치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고, 세월호특별법을 앞세워 정권을 흔들려는 세력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박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은 17분이나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여당이 협상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월호특별법 갈등에 발목 잡혀 정부와 국회가 마냥 끌려 다니다가는 2년 차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보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세월호 대치 정국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20일부터 시작되는 미국과 캐나다 순방에 앞서 국내 상황을 수습 국면으로 전환시켜야 하겠다는 포석도 작용한 듯하다. 다만 여당에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여당과 야당, 유족들 간의 갈등이 더 격해지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월호특별법 타협 없다”
박 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는 유족과 야권의 요구를 일축하며 지난달 파기한 2차 합의안이 협상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여야가 재협상에 나서더라도 타협의 여지는 그만큼 적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 “하루 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 보상 처리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나서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로써 유족들이 2차 합의안을 거부할 경우 여권은 관련 협상과 처리를 일단 미뤄 두고 민생 법안 등 일반 법안들부터 분리 처리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며 야권의 강경파를 향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에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순수한 유가족’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야당 강경파와 일부 ‘불순 세력’이 세월호법을 이용해 국정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을 향해서도 세월호 정국의 조속한 매듭짓기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유병언 측근인 김혜경씨의 조속한 송환을 지시하며 “그렇게 해야 세월호의 오래 된 실타래를 풀고 다시는 그런 기업이 횡행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사망한 세모그룹 유병언 회장의 금고 지기로 현재 미국 사법당국이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 대통령이 민간인의 이름을 국무회의에서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회와 정치권 무능도 질타
박 대통령은 국회와 정치권의 무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 일반을 겨냥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상태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또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 드려야 한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국회를 질타했다. 이를 두고 추석 보너스를 반납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박심’이 통했다는 관측이 일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줄도 몰랐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모독적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과 관련한 여러 루머와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을 향해서도 “사이버 상에 국론을 분열시키는 발언과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근절을 지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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