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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논란… 문재인 모호한 화법이 오해의 발단

입력
2014.09.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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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외연확장 도움… 비판도 우려" 박영선 '적극적 동의' 해석 여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파동을 촉발시킨 ‘이상돈 카드’ 불발 과정에서 벌어진 박 위원장과 문재인 의원간 앙금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과정과 관련한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데는 미스커뮤니케이션과 동상이몽에 따른 상호 불신이 겹겹이 쌓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측의 말을 종합하면 박 위원장과 문 의원이 ‘이상돈 카드’를 두고 의견을 나눈 것은 세 차례인데, 일단 첫 통화에서 이뤄진 문 의원의 ‘모호한 동의’가 오해를 촉발시킨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처음 ‘이상돈 원 톱 카드’의 운을 뗀 지난 10일 저녁 통화에서 문 의원이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외연확장에 도움이 되는 분인 만큼 당을 위해 나서주는 것은 고맙다”고 화답했다는 것은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당시 통화에서 당내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전달했다는 게 문 의원 측 주장이다. 문 의원 측은 이를 근거로 “이상돈 카드에는 긍정적이지만, 당내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얘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 위원장 입장에선 문 의원이 이상돈 카드를 적극 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문 의원이 의견 수렴 절차를 강조했다지만, 대선 후보를 지낸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인 문 의원이 당내 설득에 나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상돈 카드’가 처음 언론에 알려진 11일에는 반대로 박 위원장의 모호한 입장이 상호 불신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박 위원장이 이상돈 카드를 꺼내면서 자신의 비대위원장 퇴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박 위원장이 공동 비대위원장을 꿰차고 수렴청정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급속히 퍼진 것이다.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박 위원장이 부랴부랴 11일 3자 회동 자리를 마련해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를 투 톱으로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게 문 의원 측 얘기다. 당일 밤 박 위원장이 문 의원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가 투 톱 체제에 대한 동의를 재차 구했을 때 문 의원이 “이상돈 교수에 대해선 당내 반발이 너무 크니 부위원장이나 비대위원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 위원장이 12일 투 톱 체제를 발표하면서 “원래부터 추진해왔던 구상”이라고 밝혀 문 의원 측의 불신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처음‘이상돈 카드’에 공감했으면서도 불분명하고 모호한 의사소통으로 인해 불신의 폭이 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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