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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직권결정' 카드 꺼낸 정의화… 식물국회가 반쪽국회로

입력
2014.09.1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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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거듭된 정상화 요구 수용… 90여개 법안 처리 기정사실화

파행정국 더 꼬여 충돌 격화 전망… 새정치 "국회 선진화법 위배" 비판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의장실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 확정을 요구하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의장실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 확정을 요구하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전격적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함에 따라 여야 대치 정국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보름 넘게 공전해온 정기국회가 일단 문을 열게 됐지만, 야당의 반발 등으로 ‘반쪽 국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정 의장 측과 새누리당이 26일 본회의에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90여 개 법안에 대한 단독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회 선진화법 위배 등을 두고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정기국회 직권결정 초강수

정 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위해 여당이 소집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야당의 불참으로 무산되자,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는 17일부터 상임위 활동을 시작하며 본회의(9월 26일) 교섭단체대표연설(9월29~30일), 국정감사(10월1~20일),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10월 22일), 대정부질문(10월 23~28일), 본회의(10월 31일, 11월 12일, 26일, 12월 1~2일, 8~9일) 등으로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한 것은 2005년 국회법 개정 이후에는 처음이다.

그간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왔던 정 의장이 직권 결정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에다 새누리당의 계속된 정상화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 의장을 찾아가 의사일정 확정을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야당의 내홍마저 격화하면서 국회의장의 결단 말고는 정기국회를 정상화할 현실적 수단이 없다는 고민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쪽 정기국회’…與 법안처리 시 충돌 가능성

정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 정기국회 주요 일정을 9월 말 이후로 늦춰 잡아 야당이 의사일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일단 열어뒀다. 야당으로서도 국회파행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끝까지 의사일정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완충기간’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장 국회의장의 의사일정 직권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국회 파행 운행은 불가피하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장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한 5차례의 선례 중 1차례는 여야 합의를 한 뒤 형식상 문제였고, 그 외 4건은 10년 전 사례”라며 강력 반발했다. 가뜩이나 야당이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지도부 공백 상태여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해 국정감사 등 주요 정기국회 일정 모두 김빠진 ‘여당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26일 본회의에서 법사위를 통과한 90여 개 법안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여야가 본회의에서 직접 충돌하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장 측은 이들 법안이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이미 부의된 만큼 국회 선진화법이 강력하게 제한을 두고 있는 ‘직권 상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그간 벌어진 ‘직권 상정 및 날치기 통과’ 논란은 상임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그러나 야당은 이 역시도 여야 합의 없이 국회 의장이 법안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국회 선진화법에 위배된 ‘직권 상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간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두고서는 본회의 상정 논란이 빚어진 전례가 없어 여야간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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