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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반쪽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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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로 나라는 두 동강 났는데
51%만 감싸 안으려는 박 대통령
100% 대한민국 약속은 어디 갔나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수락하며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낸 2013년 신년사에서 이런 말도 했다. “국정의 중심을 민생과 국민대통합 약속 실천에 두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국정운영 철학입니다.”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심지어 청계천 전태일다리 헌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보수ㆍ진보 가릴 것 없이 그의 ‘광폭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지난 지금 100% 대한민국을 믿는 국민은 없다. 그가 약속한 지역갈등, 세대갈등, 계층갈등, 이념갈등 해소는 손톱만큼도 실현되지 않았다.
호남출신 주요 인사 90여명은 얼마 전 호남출신에 대한 인사 차별을 해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영호남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어느 정도의 인사 차별이 있었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시정을 촉구할 정도는 아니었다. 호남출신 차별의 실상을 능히 짐작할 만하다.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연령대별 지지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50~60대 이상에서 60%를 넘었지만,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0~20대와 30대, 40대에서 모두 60%를 넘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모든 갈등이 응축된 결정판이다. 보수진영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 보장은 물론 특검을 야당에 양보하는 안에도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여당이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에도 입장이 확연히 나눠진다. 지난 대선 때 여야 득표율인 51대 49의 구도가 그대로 재연되는 형국이다.
세월호 특별법 논란이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로 치닫는 데는 세월호 문제를 이해득실에 기반한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여권의 태도 탓이 크다. 정권 책임이라는 사태의 본질은 사라지고 정쟁과 진영싸움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선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철저히 세월호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노인층과 보수 성향의 유권자만 껴안고 20~30대 젊은이들과 야권 지지자들은 버려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고 유유히‘나홀로 행보’만 할 리가 없다. 추석 때 페이스북에 두 차례 명절 인사를 전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이나 유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진심 어린 말 한마디다. 정부ㆍ여당의 진상규명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지만 보여주면 그걸로 족하다.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을 철저히 할 테니 조금만 참고 지켜봐 달라”고 말하는 게 그리 어려운가. 여야 대립으로 정국이 경색되고 국회가 마비상태인데도 대통령이 “내 알 바 아니다”고 모른 체하면 그뿐인가.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을 만나 주민들의 진상조사 요구를 수용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연정드라이브’의 일환으로 산하 6개 기관장에 대한 도의회의 인사청문 실시에 합의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추석 전 봉하마을을 처음으로 찾았다. 하물며 도지사들도 반대편을 끌어안으려 애쓰는데 대통령은 왜 그리 못하는지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큰 잘못을 해도 좀처럼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지지계층의 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도 집토끼를 잃을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 51%만이 지지하는 반쪽 대통령으로 남을지, 아니면 100%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지에 대한 결단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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