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조종 눈총받는 文… 어정쩡 리더십이 혼란 키웠다"

"이상돈 카드 처음부터 불인정" 불구 무산 뒤 유감 밝혀 진심공방 확산

"박영선 탈당 사안 아니다" 진화엔 여론 휘둘려 중심 못 잡고 뒷북 비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15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공청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하루 종일 혼돈에 빠졌다. 소속 의원들은 대체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제1야당의 진로에 대한 우려를 금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박 위원장과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를 막후에서 조정한 문재인 의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그룹의 좌장이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어정쩡한 리더십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혼돈의 새정치연합

새정치연합은 이날도 각 계파별로 모임을 갖고 박 위원장의 거취를 논의했지만, 탈당 카드에 강경파와 온건파 의원들 사이에 온도 차가 묻어났다. 전날 박 위원장의 당직 사퇴를 공개 촉구했던 긴급 의원 모임 소속 18명 의원들은 “탈당은 변수가 안 된다”며 자진사퇴를 여전히 주장한 반면, 3선 의원 모임과 비노 온건파 성향 민집모 의원들은 “본인의 입장이 정리되길 기다려보자”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비대위원장 영입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대한 평가도 분분했다. 대체로 박 위원장의 독단적 비밀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박 위원장과 막후 조정에 나섰던 문 의원의 이중적 태도를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문 의원 측은 “처음부터 이 교수를 비대위원장 카드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 의원이 이상돈 카드가 무산된 뒤에 “합리적 보수가 필요하다. 이 교수에게 미안하다”고 밝힌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진실공방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막후 조정 과정에 대해 다른 말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가령 10일 저녁 통화와 관련해 이 교수는 박 위원장이 직접 연결해 줘 문 의원과 통화를 나눴고, “박 위원장을 잘 도와달라”는 취지로 비대위원장 직 수락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문 의원 측은 “위원장이 아니었다. 여러 비대위원 중 한 사람 정도라면 외연 확장 차원에서 괜찮다는 뜻이었다”고 맞서 있다. 문 의원은 11일 3자 회동과 원내지도부가 구기동 자택을 찾아갔을 때도 “이상돈 위원장 카드는 당내 반발로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지만, 10일 통화 당시부터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보다 분명히 강조하며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의 취약한 리더십

문 의원은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분당 사태로까지 연결되자 15일 “탈당할 사안이 아니다.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세월호 협상 타결 이후로 미루자”고 진화에 나섰지만 뒷북 수습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경륜이 부족하다 보니 소신은 없고 여론에만 휘둘려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돌파하려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의원이 계파 수장으로서 친노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장악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박 위원장 측에서는 “문 의원이 이 교수 영입 카드에 대해 친노계를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 친노 의원은 “지금까지 문 의원으로부터 단 한번도 무슨 ‘오더’를 받은 적이 없다. 계파가 고질적 문제라면서 계파 수장을 이용해 절차를 건너 뛰려 든 박영선 원내대표의 얄팍함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문 의원 주변의 폐쇄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문 의원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문고리 의원들 때문에 다른 쪽 얘기가 잘 수용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과 우려가 높다. 문 의원이 뛰어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대선 이후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우리 당이 그만큼 취약하고 혼란스럽다는 얘기다. 당 안팎의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