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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오르면 교육재정 두둑? 흡연율에 달렸다

입력
2014.09.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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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 그대로면 3000억 늘지만 '2020년까지 34% 하락' 적용 땐

가격 인상 전과 큰 차이 없어 "담배제조사 배만 불려" 지적도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며 무거운 담배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k.co.kr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며 무거운 담배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k.co.kr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로 부족한 교육재정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시책인 누리과정 지원 사업 등을 부담하면서 부족해진 시도교육청의 재정을 담뱃값 인상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재의 흡연율이 지속될 경우에 해당된다. 이미 정부는 흡연율이 2020년까지 34% 하락할 것을 예상한 뒤 담뱃값 인상으로 연간 2조8,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고 밝혔는데 이럴 경우 교육재정에 투입되는 몫은 5,6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15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용석(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 교육협력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해 담배 관련 세입 중 서울시교육청에 전출한 금액은 시교육청 한 해 예산(7조4,000억원)의 약 7%를 차지하는 5,540억원이다. 이 중 2,387억원은 담배소비세의 45%를 시교육청에 주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서울시가 지급한 금액이다. 나머지는 담배 관련 전체 세입 중 지방교육세(담배소비세의 50% 규모) 항목으로 전출한 2,622억원과 담배소비세의 10%를 지방세 몫으로 시교육청에 이전한 540억원이다.

서울시는 정부 방침대로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경우 담배 관련 세입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교육재정 규모를 연 8,5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청에 주는 몫 가운데 ‘담배소비세의 45%’ 부분이 작년 2,387억원에서 3,750억원으로 오르고 ‘지방교육세(현행 담배소비세의 50% 규모에서 43.99%로 인하 예정)’가 2,622억원에서 3,620억원으로, ‘지방세’가 530억원에서 833억원으로 각각 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설된 국세인 개별소비세 중 20.3%를 지방교육 재정으로 돌리는 것까지 계산하면 작년 대비 약 3,000억원 가까이 교육 재정이 늘어난다. 이는 시교육청이 추산한 올해 하반기 재정 부족액 3,100억원을 메울 수 있는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가 담뱃값을 인상하더라도 흡연율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담배가격을 4,500원으로 인상할 경우 흡연자의 32.3%는 담배를 끊겠다는 설문결과를 적용할 경우 흡연율 유지로 교육재정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정부의 예측대로 흡연율이 34% 감소할 경우 서울시의 교육재정은 한해 5,600억원 수준으로 가격 인상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정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흡연율이 떨어지면서 지방세의 세입 규모는 다소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새로 신설한 개별소비세를 통해 보전하는 형태여서 지방세입 규모는 큰 변동이 없다. 담배 가격에 지방세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담배소비세 및 지방교육세 등 지방세수 전체 규모는 흡연율에 따라 오르내리게 된다. 따라서 흡연율이 더 떨어져 현재의 절반까지 줄어든다면 오히려 교육재정 규모는 현재보다 연 1,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가격 인상 후 흡연율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교육재정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은 담배제조회사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격이 인상되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번 담뱃값 인상안에는 출고가와 유통마진을 합쳐 232원을 올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판매사의 예상 인상분인 182원과 제조업체의 인상분 50원이 해당된다. 세금만 올린 게 아니라 출고가에 유통비용까지 담배가격에 얹은 것으로 정부의 금연정책에 담배회사가 짊어지는 부담은 거의 없는 셈이다. 오히려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하락한 뒤 상승할 경우 담배회사는 현재보다 이익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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