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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끝 안보이는 야당의 혼란, 정치 위기다

입력
2014.09.15 18:31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란이 점입가경이다. 비상대책위원장 외부인사 영입 무산 사태를 놓고 당내 강경파 그룹은 박영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요구하고, 박 대표는 탈당을 거론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130 의석의 제1야당, 공당(公黨)의 모습인지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가관인 것은 이 와중에 온갖 음모론을 양산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이다. 반대파에서는 당권, 대권 욕심에 벌인 성과주의 조급증, 김한길 전 대표의 배후 조종설 등 그 간의 박 대표 행태를 폄훼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반면 박 대표 쪽에서는 세월호 여야 합의과정이나 안경환, 이상돈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과정에서 빚어진 여론수렴과 사전 정지작업 부재 등 자신의 오류와 잘못에 대한 자성이 없다. 오히려 “이렇게 해도 반대, 저렇게 해도 반대하는 데 헤쳐나가기 어렵다”“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저렇게 물러가라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박 대표의 남 탓 전언들만 측근과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공당의 지도자가 당무를 내팽개치고 탈당을 배수진으로, 연락을 끊고 있다. 무책임의 극치다. 당도 대책을 세우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쌍방이 이렇게 누란지경의 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이고 있으니 오합지졸 정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 분당설이 불거질 만하다.

지금 야당의 분란 원인은 달리 있지 않다. 유리한 선거환경에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패하면서도 해법과 개혁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찾지 못하고 총의를 모으지도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고질적인 계파갈등과 리더십 부재, 끊임없는 지도부 흔들기, 지도부보다 강경파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게 지금 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이다.

이번 사태의 수습방안으로 혁신과 개혁을 위한 비전이나 일정 제시 없이 오로지 관리형 비대위원장 옹립 이야기만 무성한 것도 여전히 계파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선거패배, 지지율 급락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당내 권력투쟁과 개인 정치에만 관심이 있을 뿐 민심에 어둡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박 대표의 거취 문제 논의를 차후로 미루자는 계파 중진들의 합의도 아래에서 사퇴를 종용하며 걷어차고 있는 게 지금 야당이다. 박 대표가 칩거를 끝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직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분위기에 누구를 비대위원장, 원내대표로 내세운 들 당의 위기,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 마비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차례 합의도 당내 추인 실패로 파기된 터에 정국 정상화의 암초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정기국회 일정도, 민생법안 처리도 남 일인 듯 ‘세월아, 네월아’하며 시간만 흘러 보내게 생겼다. 야당의 위기만이 아니라 정치의 위기이고, 나라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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