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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 봉인가? 증세 꼼수 말고 정공법 나서라"

입력
2014.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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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소득·부가세 손질 목소리

담뱃세에 이어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줄줄이 인상 방안이 발표되면서 정부의 편법 우회 증세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세제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곁가지만을 건드려 세금을 더 거두려는 꼼수로 결국 서민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쓸 곳은 많은데, 거둬들일 곳은 마땅치 않은 현실에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집권 이전부터 누누이 약속해왔던 ‘증세 없는 복지’는 이제 과감히 내려놓고 ‘증세 정공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들 앞에 증세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부가세) 등 국가의 3대 세금에 손을 대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세수입(일반회계 기준)은 95조7,000억원으로 이중 소득세(26조2,000억원) 법인세(20조6,000억원) 부가세(26조2,000억원) 등 3대 세목의 수입이 73조원으로 76%를 넘게 차지한다. 작년의 경우를 봐도 전체 국세수입(195조4,000억원) 중 이들 3대 세목 수입(147조7,000억원)이 75.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증세를 하려면 세제의 근간인 이들 3대 세목을 손보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세금을 건드리지 않는 손 쉬운 증세는 편법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담뱃세 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는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거둬가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한 3대 조세의 증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증세 정공법이 만만치는 않다. 세금은 내리기는 쉬워도 강력한 조세 조항 탓에 올리기는 정말 어렵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이 “재정상황이 나빠지면 앞으로 이뤄질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직접세이자 누진적인 세제인 법인세와 소득세에 손을 대는 경우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고, 일본처럼 간접세인 부가세을 올리겠다고 나서면 그 역진성 탓에 서민들의 반발에 부딪칠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이들 3대 세제에 손을 대는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갈수록 악화되는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증세 정공법을 다음 정부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더 이상 편법에 기대지 말고 직접세와 간접세 중 무엇을 먼저 손대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고,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증세가 필요하다면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부터 공론화를 시켜보자”고 제안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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