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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세, 편법 말고 정공법으로 접근하라

입력
2014.09.14 16:47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이어 지방세인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을 2배 정도 올릴 방침이라고 한다. 부족한 세수와 복지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서민들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게 걱정이다. 법인세나 소득세 등 덩치가 큰 국세는 손을 대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손쉽게 털어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담배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은 소득이나 자산의 규모에 관계없이 부과되는 것으로 증세를 하면 결과적으로 서민 부담이 커진다.

물론 주민세와 자동차세가 오랫동안 묶여 있어서 인상요인이 있다는 데에는 수긍이 간다. 세금액수가 크지 않아 치명적인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소득이 적어 상대적인 빈곤감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기습적인 행태도 석연치 않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증세가 아닌 국민 건강증진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가격 현실화를 위해 지방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우회적인 증세인 것이 확실해진 것이다. 정부는 10~20년 간 묶어두었던 지방세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향후 2~3년 동안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100%나 올리겠다는 발상은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이 같은 행태로 볼 때 조만간 대중교통이나 전력요금 등 공공요금 현실화 방안도 서둘러 내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증세를 서두르는 이유는 뻔하다. 노인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돈 써야 할 곳은 널려있는데 세금은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들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올해도 경기 부진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8조5,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내년 재정지출은 5.7% 확장해서 운용하기로 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에는 30조원이 넘는 적자가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출범초기 지하경제 세원발굴 등을 통해 복지재원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복지욕구는 강해지고 세금은 들어올 곳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손쉽게 증세를 하겠다는 유혹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싶다.

증세가 필요하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된 연후 실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증세는 없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재원마련이 뒤따르지 못한다면 공약으로 내걸었던 각종 복지제도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처럼 편법적으로 증세를 하다 보면 결국 서민 부담만 늘어난다.

소득세나 법인세 등 부자들에게 혜택이 있는 큰 줄기의 세목은 그대로 두고, 조세저항이 가장 미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것은 비열하다. 특정계층에 세금이 집중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조세형평성을 충족하고, 소득재분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이제라도 소득세 재산제 부가세 등 세금 체계를 다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힘든 여정이겠지만 국민적 합의를 거쳐 세제의 기본 틀을 고치는 정공법 개혁을 서두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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