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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 위해서라더니… 금연 유도 전자담뱃값도 80% 인상

입력
2014.09.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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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판매업자, 도소매인 사재기 땐 2년 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 벌금

정부는 일반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도 개별소비세 부과 등으로 80% 이상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전자담배 매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일반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도 개별소비세 부과 등으로 80% 이상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전자담배 매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에도 개별소비세를 매기기로 했다. 신종 담배에 붙던 기존 세금 및 부담금도 일반담배와 같은 비율로 인상이 결정돼 전자담배는 가격이 80% 넘게 오를 전망이다. 전자담배가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대체재로 활용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담뱃값 인상이 우회 증세가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세법상 담배로 규정된 전자담배 등 담배 8종에 대해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자담배 가격도 물가에 연동해 꾸준히 올릴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개별소비세 개정 법안을 이달 안에 입법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니코틴 용액 1㎖(1,000원 기준)당 개별소비세 626~706원이 새로 붙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자담배 등도 일반담배처럼 출고가의 77%가 개별소비세율로 정해질 예정이다. 지방세법상 담배로 규정되는 파이프담배, 엽궐련, 각련, 물담배, 씹는 담배, 냄새 맡는 담배, 머금는 담배 등도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이 되며 해당 세수는 소방 등 안전 예산으로 활용한다.

정부는 또 현재 전자담배 등에 부과되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세율을 일반담배와 같은 비율로 인상하는 내용을 이날 입법예고했다. 다만 폐기물부담금은 이번엔 일반담배만 인상된다. 이런 인상 비율을 전자담배에 적용하면 기존에 각종 세금 등을 합쳐 2,008원정도 하던 니코틴 용액 1㎖ 가격이 3,635~3,723원으로 크게 오르게 된다.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은 지난해만 7,000여ℓ 팔리는 등 전자담배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이 함유되거나 담배향만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 장치로 수증기를 빨아들이면 진짜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일반 담배와 달리 발암물질인 타르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담뱃값 인상안 발표 후 담배 사재기 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이날 정오부터 담배를 매점매석하는 제조ㆍ판매업자와 도소매인 등에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제조ㆍ수입판매업자의 경우 올해 1~8월까지 월 평균 반출량, 도매업자와 소매인은 이 기간 평균 매입량의 104%를 각각 초과하는 경우 고시 위반이 된다. 그러나 개인이 담배를 대량 구입하는 것은 고시 위반 대상이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적발 및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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