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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 내부 분란에 국회 공전 장기화 우려

입력
2014.09.12 20:00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란상이 점입가경이다. 세월호 특별법 1ㆍ 2차 합의 추인 실패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3차 승부수마저 당내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박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혁신과 확장’을 명분으로 진보 인사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보수 인사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그러자 당내 강경파는 물론이고 중진들까지 반발해 박 대표의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등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반대자들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 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 교수의 경력이 당 정체성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자폭형 참사’ ‘세 번째 덜컥수’라고 비난했고, 박지원 의원은 “60년 정당의 정체성, 정통성,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박영선, 배알도 없느냐”고 막말을 쏟아냈다. “안 교수와 공동위원장이면 괜찮지 않느냐”는 일부 온건파의 목소리도 있지만 민평련이나 혁신모임 등 강경그룹과 중진들까지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박 대표가 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질래야 질 수 없다던 6ㆍ4 지방선거와 7ㆍ30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지지율이 10%대인 처지에서 획기적 체질 개선과 정책 전환 없이는 위기 돌파가 어렵다는 시각에서는 현재의 당내 분란이 한심하기만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새정치국민회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체성이 180도 다른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끌어 안는 DJP 연합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17대 대선 때 이념적으로 크게 다른 정몽준 후보와의 공동정부 구상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 역사에 비추어 현재의 정체성, 자존심 운운은 경직된 사고라고밖에는 달리 말하기 어렵다. 위기극복의 방향인 혁신과 확장의 한 방법으로 이 교수를 택한 것이 그리 엉뚱한 것일까. 그는 중도적 개혁주의자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를 빌미로 한 당내 반발은 정체성과 노선 대립이라는 표피와는 달리 고질적 계파 갈등과 당권 경쟁의 한 단면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물론 야당의 혼란상은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지도력과 정치력까지 보여주지 못한 박 대표의 역량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일로 1ㆍ2차 세월호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독단적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명분이나 비전, 의욕 못지않게 적정 절차와 설득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당내 분란에 안 교수나 이 교수 모두 손사래를 치는 마당이어서 혼란이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사태수습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세월호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강ㆍ온파의 대립이 더욱 격화해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인한 의정 마비에 덧붙여 야당의 구심력 공백 상황까지 길어지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어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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