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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 벌집 쑤신 새정치

입력
2014.09.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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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현 정권 공신 영입 추진에 당내 강경·온건파 모두가 반발

공동위원장 여지도 남겨 더 혼란, 박영선 리더십 내상 심각해질 듯

지난 2012년 1월 2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을 맡은 이상돈 비대위원장이 정당구조 개편 기본 방향 등에 대해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2년 1월 2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을 맡은 이상돈 비대위원장이 정당구조 개편 기본 방향 등에 대해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카드를 제시하며 자신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유력한 영입 인사로 알려진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 내에선 격앙된 반응이 속출했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사퇴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 가능성을 열어둬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새누리 출신 이상돈 영입설에 당내 쑥대밭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국민공감혁신위를 이끌 역량 있는 분을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라며 “정치와 정당개혁의 학문적 이론을 갖추고 현실정치에도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분을 영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직 사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박 위원장 측은 “사퇴가 아니다”며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를 시사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여기에 비대위원장 영입 인사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 교수가 개혁성과 합리성을 겸비한 인사로 꼽히긴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약하며 박근혜정권 출범에 기여한 측면이 부각되면서 “어떻게 적장(敵將)을 당 수장으로 영입하냐”는 거부감이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매 사안마다 각을 세웠던 강온파간 구분도 이번에는 없었다. 강경파인 김광진 의원은 “수혈 받으려면 같은 혈액형으로 받아야 하는데, A형인데 B형 피를 받는 격”이라고 반발했고, 초재선 강경파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즉각 성명을 내고 이 교수에 대한 영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 당이 개인 사업자 거냐, 어디 다 팔아 먹느냐”는 격렬한 반응도 나왔다. 온건파인 김동철 의원은 “박 위원장이 세월호 협상 때 불통이란 비판을 받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날 당내 의원 54명은 이 교수 영입을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15일 새누리당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20일 탈당 처리됐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의 영입 제안을 받은 직후 당적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영입 발표에 앞서 원내 지도부 등과 사전에 교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대 최대계파인 친노 그룹의 문재인 의원에게는 전날 이 교수 영입 추진 사실을 알렸고, 문 의원은 “훌륭하신 분이고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영입 불발 땐 박영선 치명타

박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상돈 카드’를 관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교수도 이날 당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비대위원장 직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정도만 말씀 드린다”고만 밝힌 뒤 언론과 접촉을 끊었다. 이 교수는 이르면 12일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 측에선 “이 교수가 사실상 수락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박 위원장 측은 당초 김부겸 전 의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에게 비대위원장 의사를 타진했으나 두 인사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돈 카드’는 박 위원장과 가까운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의 작품이란 관측도 있다.

이 교수가 고사할 경우 가뜩이나 세월호특별법 협상 실패로 타격을 받은 박 위원장의 리더십은 더욱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의 비대위 구성권한과 비대위원장 겸직을 둘러싸고 차기 당권주자들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어 비대위원장 영입 불발을 계기로 ‘박영선 사퇴론’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가 진통 끝에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겸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선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겸직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비대위원으로 구성해 섭정체제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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