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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월호 아픔 조롱하는 폭식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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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날인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들과 동조 단식 중인 시민들로부터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보수 성향 단체의 회원 500여명이 피자, 치킨, 육개장 등 음식물을 쌓아 놓고 먹었다. 특별법 제정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단식에 반대하며 ‘폭식 행사’를 연 이들 중 일부는 음식물을 들고 단식 중인 세월호 가족들이 보란 듯 광장을 활보했다. 동아일보사 앞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박근혜 대통령 만세’를 외치며 술과 음식을 먹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파티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일베의 상징인 손가락 모양을 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하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종북이며 빨갱이”라며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 놓으라”고 주장했다. 호기심에 잠시 멈춰 선 행인들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
이날 행사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측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보수 진영 내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엽기적이면 과연 누가 지지할 수 있겠나”라고 썼다.
☞ 세월호 집회 반대하는 폭식 행사 영상 보기
그렇다. 행사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건 그들 주장의 옮고 그름 때문이 아니었다. 진도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을 목놓아 부르던 유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자녀를, 가족을, 친구를 잃은 아픔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들 앞에서 조롱하듯 ‘폭식’을 할 생각이 날까.
그들은 이날 대한민국에는 표현의 자유와 그를 집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집회ㆍ시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말은 맞지만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장에서 먼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제10조)한 후에 표현의 자유, 집회ㆍ결사의 자유(제21조)를 명시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다른 권리들도 보장이 된다는 뜻일 게다. 7일부터 동조 단식 중인 김모(45)씨는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자극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거리가 먼 것 아니냐”며 “법률적인 해석이 아니어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양심에 비춰봐도 옳지 않은 행동인 것 같은데”라고 답답해 했다.
특별법 제정 여부를 떠나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조롱하는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분에 넘치는 권리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엄중한 이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인간적 배려를 잃은 자유는 방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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