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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파악" 핑계로 황금연휴 그냥 흘려보낸 정치권

입력
2014.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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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 협상채널 올스톱, 중진들도 제 역할 못해 파행 일조

추석 명절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및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국민 한가위상, 세월호 가족과 함께 음식 나누기' 행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농성을 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왼쪽)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뉴시스
추석 명절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및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국민 한가위상, 세월호 가족과 함께 음식 나누기' 행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농성을 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왼쪽)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뉴시스

여야 지도부는 추석 황금연휴도 결국은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누구도 적극 나서지 않았고 식물 상태의 정기국회도 방치한 채 민심의 향배에만 안테나를 곧추 세웠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협상 채널을 재가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여야 지도부가 손 놓은 세월호 협상, 정치는 개점휴업

여야 지도부는 추석 연휴 막바지인 9일까지 별도 접촉 없이 각자 상반된 행보를 이어갔다. 적어도 10일까지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한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투다. 정국 정상화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데도 돌파구의 책임을 상대편에 미루면서 정치는 더욱 미궁을 헤매는 형국이다.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향후 정국 구상에 집중했다. 세월호 대치 정국과 관련한 여당 책임론과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 속에서 일단 추석 민심을 경청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특별법 제정 의지를 확인하면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추석인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단식 농성장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국민 한가위상’ 행사에 참석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유가족의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 그분들과 함께 하겠다”며 “대통령께서도 유가족을 마음으로 가슴으로 끌어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지도부의 한가한 명절맞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지만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 냉각기를 거친 뒤 여야가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았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왔다. 여야 원내대표가 연휴 직전인 5일 배석자 없이 2시간 가깝게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도 전향적인 시그널로 해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체공휴일인 10일 여야 원내대표가 비공식 회동이라도 갖고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당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협상 채널을 재가동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 원내대표 핵심 측근은 “연휴 동안 박 원내대표가 원로를 포함한 각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15일 전후로 비대위 구성을 강행할지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도 협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무성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도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복선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인터뷰에서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건 국회에서 답변을 잘 못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책임이 있다”며 “비서실장이 열 번이라도 국회에 나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여야 중진들

이런 가운데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물밑에서 지원해 줘야 할 중진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파행 장기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초기만 해도 과거 여야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막후에서 특별검사 추천권 등의 쟁점 현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정치연합 이석현 국회 부의장의 중재 노력도 답보 상태다.

새누리당의 경우 여야 중진의원들간 매개 역할에 섰던 서청원 최고위원과 남경필 전 의원 등이 사실상 빠져 있고, 다수의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유족과 야당의 수사권ㆍ기소권 요구가 청와대로 미칠 파장을 염려해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친노 성향 중진이 많아 여당 중진들과 친분이 깊지 않은 데 더해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당내 중진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확산되면서 외부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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