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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일왕 야스쿠니 참배 거부 A급 전법 합사가 직접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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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직접 발언 아닌 언론 인용식 "보수 우익 지나친 눈치 보기"
태평양전쟁 때 해군 작전에 "자포자기 빠진 전쟁" 인식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 쇼와(昭和) 일왕(본명 히로히토ㆍ1901~1989)이 1978년부터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를 거부한 것은 A급전범 합사가 직접적인 이유였던 정황적 사실을 담은 실록이 처음 공개됐다. 일본 궁내청은 이런 내용을 쇼와 일왕의 직접 발언이 아닌 언론보도를 인용하는 형태로 간접 시인, 보수 우익세력에 대한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궁내청은 시종일지 등 비공개 내부문서를 비롯한 30여건의 자료를 포함한 3,152건의 문서를 토대로 ‘쇼와천황실록(昭和天皇實錄)’을 제작, 공개했다. 총61권 1만2,000쪽에 달하는 이 책자는 제작하는 데 24년5개월이 걸렸으며, 궁내성 직원 112명이 참여했다.
실록은 쇼와 일왕이 황거(皇居) 내 후키아게교엔(吹上御苑)에서 도미타 도모히코(富田朝彦ㆍ사망) 당시 궁내청 장관과 만난 내용을 다루는 부분에서 2006년 7월20일자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당시 신문은 “어느 시기에 A급 전범이 합사됐다” “그래서 나는 이후 참배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마음이다”라는 쇼와 일왕의 발언이 도미타의 메모에서 발견됐다고 소개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실록이 굳이 당시 신문을 인용한 것은 A급 전범 합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의 원인이라는 도미타 메모의 내용과 부합한다”고 전했다.
후루카와 다카히사(古川隆久) 니혼(日本)대 교수(일본근대사)는 “쇼와 일왕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관해 측근에게 말한 것이 기재됐고 출전이 명시된 것은 (실록이 이런 사실을) 인정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쇼와 일왕은 패전 후 1975년 11월까지는 야스쿠니 신사를 8번 참배했으나 A급 전범이 합사된 1978년 이후에는 단 한차례도 참배하지 않았고, 현재도 일왕의 야스쿠니 참배는 중단된 상태다.
실록은 쇼와 일왕이 태평양 전쟁 항복 직전인 1945년 7월 20일 스즈키 간타로 총리를 소련에 특사로 보내 평화 중재 역할을 기대했다. 반면 그는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오이타현 우사신궁 등 3군데의 신사에 칙사를 파견, 적국을 격파하고 전승을 기원하는 등 전쟁을 둘러싸고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사실도 드러났다.
태평양전쟁 당시 승산이 없는 미국과의 개전을 주장하는 해군의 작전에 대해 쇼와 일왕은 “자포자기에 빠진 전쟁이다. 실로 위험하다(1941년 7월31일)”는 인식을 보였다. 숨지기 1년전인 1988년 4월25일에는 태평양 전쟁을 “뭐라고 해도 가장 싫은 기억”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은 “이번 실록이 일부 내용을 검게 칠한 채 공개한 다이쇼(大正) 일왕(1879~1926) 실록과는 달리 내용을 모두 공개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주변국에 대한 미묘한 발언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은 내용도 많아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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