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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자 지정 두 달 넘게 깜깜… 정부는 위로 전화 한 통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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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무장·민간 잠수사 유족 "명절에 함께 화투 치던 생각나" 한숨
“아들 잃고 너무도 허전한데, 정부에서는 추석이라고 위로 전화 한 번 없네요.”
지난 5월 6일 세월호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을 하다 숨진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53)씨의 어머니 장춘자(74)씨는 어느 해보다 쓸쓸한 추석을 보냈다. 명절 때면 함께 화투를 치면서 곰살궂게 얘기를 나눠주던 효자 광욱씨가 올해는 없었기 때문이다. 광욱씨는 경기 남양주시 조암면의 어머니 집에 올 때마다 어디 수리할 곳은 없는지 이것저것 둘러보고 손봐주던 자상한 아들이었다. 그런 광욱씨의 빈자리는 장씨가 넉 달 넘게 흘린 눈물과 한숨으로도 메워지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손자 2명이 추석 연휴 아빠를 대신해 화투를 꺼내 들었다. 장씨는 “손자들이 아빠 흉내를 낸다면서 화투를 가져왔지만 기분이 나지 않아 몇 번 만져보고 말았어. 가슴이 너무 아파서…”라며 눈물을 훔쳤다.
아들의 빈자리보다 장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사고 이후 계속 되는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측으로부터 위로 전화 한 통화도 없었다. 해양수산부에서 미역과 김 몇 장 들어있는 조그마한 선물 세트 하나를 택배로 보냈을 뿐이다. 장씨는 “자식 목숨을 놓고 뭐라도 더 받으려는 것처럼 보여질까 봐 말하기 싫었는데 너무한 것 같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우리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했는데 그러질 않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러 선내로 들어갔다가 실종돼 한 달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고 양대홍(45) 세월호 사무장과 5월 30일 숨진 민간 잠수사 고 이민섭(44)씨 가족들도 장씨와 다를 바 없는 추석 연휴를 보냈다. 개그맨을 꿈꿨던 양 사무장은 명절 가족모임에서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인기 만점의 존재였다. 형 대환(57)씨는 “그립고 슬퍼 동생이 있는 곳에 매일 찾아가 들여다보지만 그럴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 장승림(41)씨는 “가족들은 잘 버티고 있다”면서도 “(아픈 기억 때문에) 남편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광욱씨 등 3명의 희생자 가족들의 바람은 오로지 하나다. 이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광욱씨는 5월 8일, 양대홍 사무장은 5월 23일, 이민섭씨는 6월 17일 각각 의사자 지정을 신청했지만 심사기간인 60일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양대환씨는 “승무원과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바친 동생이 의사자로 인정 받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소망했다.
이들의 의사자 지정 여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상자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여전히 심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족들 입장에서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 그 동안의 심사형평성 문제도 있어 자료를 최대한 확보한 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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