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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대한민국… 차례상 물리고 나면 '밝은 달' 볼까

입력
2014.09.05 17:53

대체 휴일로 길어진 추석 연휴.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눌 시간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역시 추석 명절 밥상에서의 화두는 정치와 경제.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꽉 막힌 정국,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꿈틀대기 시작한 부동산이다. 과연 언제쯤이나 이 답답한 정국이 풀릴 수 있을지, 또 이제 정말 집을 사야 하는 시점이 된 건지…. 추석 연휴 이후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이완구(왼쪽)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119안전센터를 찾아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누리당 이완구(왼쪽)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119안전센터를 찾아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용산역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용산역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추석 밥상머리의 첫번째 화두가 세월호특별법이겠지만, 추석 민심의 일대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여야 어느 쪽이 먼저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추석 이후에도 국회 공전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여야는 추석 이후의 세월호 정국 장기화 국면을 의식한 포석을 두고 나섰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5일 “장기간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서민복지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묶여 있다”며 “국회의장이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얼마든지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심의ㆍ의결할 수 있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정 의장이 15일 본회의 개최를 제의한 만큼 이미 법사위까지 통과한 90여개 법안의 경우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먼저 처리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의 경우 추석 연휴 중이라도 부단한 대화로 돌파구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장에게 법안 분리 처리를 요구한 것은 추석 이후에도 세월호 법 처리는 제쳐두겠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발휘해 국회가 법안 처리를 못하고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개 압박에 국회의장실 주변에선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직권상정에 대해 수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국회의장에게 대놓고 압박을 가하는 건 국회 수장을 여권의 하수인 정도로 여긴다는 방증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법과 일반 법안 연계 방침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야당과는 단 한마디의 협의도 없이 거대여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건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15일 본회의를 열어 일반 법안들을 처리하려면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국 파행에 대한 여권 책임론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재합의안 회동 이후 처음으로 이날 비공개 접촉을 가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이후에 두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높지만,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를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벌써부터 추석 민심에 대한 여야의 해석이 각각 민생ㆍ경제 관련법 처리와 세월호특별법 해결에 짜맞춰졌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전국 각지의 민심이 한 데 뒤섞인다는 점에서 추석 명절은 언제나 정기국회에 임하는 여야 전략의 준거틀이 되어 왔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특별법을 두고 청와대ㆍ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이 모두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 며칠간의 휴전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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