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사설] 담뱃값 올리는 게 맞다, 방법은 더 궁리해야

입력
2014.09.03 20:00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담배가격을 2천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담배가격을 2천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시 담뱃값 인상 카드를 들고 나섰다. 구체적인 인상액까지 내건 적극적 모양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상 방법은 담뱃값에 책정되는 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을 대폭 올리는 식이다. 문 장관은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은 담뱃값 인상”이라며 이번 인상이 국민건강증진 차원의 시책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실질 증세 성격도 짙은 게 사실이다.

국내 담뱃값은 2004년 12월 500원 인상된 이래 매 정권마다 추가 인상을 시도했으나 정치권 설득에 실패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젠 민생품목 가격안정 등의 반대 명분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우리나라 남성(15세 이상) 흡연율은 회원국 평균 25.4%보다 12%포인트 높은 37.6%로 그리스(43.7%)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담뱃값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싼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보다 값이 싼 나라는 태국(2,045원)과 중국(909원) 정도에 불과하다. 저가 담배정책과 ‘담배 피우기 좋은 환경’ 등이 흡연을 조장한다는 비판은 여기서 비롯된다.

담뱃값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인 것은 확실하다. 2004년 담뱃값 인상 후 57.8%였던 남성 흡연율이 2년여 만에 1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는 정부 통계가 그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이 4,500원 수준으로 인상되면 2020년까지 흡연율을 29% 수준으로 낮춘다는 ‘헬스플랜 2020’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담뱃값 인상이 세수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도 분명하다. 현행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641원을 비롯해 1,550원의 각종 세금이 부과된다. 흡연자들이 담배 소비를 통해 내는 세금도 연 7조원 규모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을 2,000원 올릴 경우 연간 5조2,000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의 최대 문제점은 소득별 누진과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과 세금 인상의 부담을 대다수 서민들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이 어제 ‘소득 역진효과’를 거론하며 “담뱃값 인상은 공평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즉각 이의를 제기한 이유도 여기 있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취약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경우 증세를 하려면 부자소득세 추가 인상 등 누진과세를 먼저 조정한 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인상에 나서는 게 옳다. 담뱃값 인상 역시 같은 차원에서 부자 증세와 병행해 처리하는 게 맞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