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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납품대금, 추석 전 찔끔… 작년보다 어려워"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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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감소·결제 지연에 한숨, 기업 절반이 "자금난에 허덕"
"일감 없어 10일까지 쉬고 상여금 못 주는 업체도 늘어"
수도권 중소 전자부품업체 A사의 김 대리는 대체휴일제가 처음 적용된 이달 10일 쉰다. 그런데 추석 연휴가 5일로 늘었다고 좋아할 형편이 아니다. 최근 주문이 급격히 줄어 생산시설을 하루 더 놀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추석 상여금도 나오지 않지만 “아빠랑 논다”며 환하게 웃는 자녀들 앞에서는 그저 허허 웃을 수밖에 없다. 자신만 믿고 사는 부인 앞에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요새 회사가 어렵다”는 말을 매번 꿀꺽 삼키고 있다. 김 대리는 “대기업 협력사가 아닌 경우 부품업체 중에는 일감이 없어 10일까지 쉬는 곳이 꽤 된다”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중소기업을 선택했지만 명절만 되면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허탈해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B사 대표 정모씨는 요새 자주 나오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위해 추석 전에 납품대금을 미리 지급했다”는 기사를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정씨 역시 지난달 말부터 다수의 거래기업으로부터 대금 결제를 받은 것은 맞다. 헌데 이미 상반기에 받았어야 할 납품대금을 이번 추석 전에 지급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 유통대기업은 올 4월에 납품이 끝난 2,000여만원을 “다음달에 주겠다”고 미루고 미루다 얼마 전 절반만 줬다. 모 대학 역시 봄에 계약을 끝낸 소프트웨어 대금을 최근 결제했다. 심지어 지난해 말 납품을 완료한 대금을 이제야 준 기업도 있다. 정씨는 “삼성 등 칼같이 결제해주는 대기업들도 많지만 업계에서 이런 대기업은 많지 않다”며 “진작 줬어야 할 대금을 추석 전에 주고 생색 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경기 침체에 시달리지만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중소기업들은 어려웠다던 지난해 추석보다 올해가 더욱 힘들다고 호소한다. ‘추석 경기’란 말을 거론하는 자체가 무의미할 지경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순 제조업 분야 90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도 추석 전 얼어붙은 체감 경기가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추석 전 자금사정에 대한 질문에 “원활하다”는 답은 13.7%에 불과했고, 절반 가까이 되는 47.2%는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때 “곤란하다”고 답한 비율(43.6%)보다 3.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원인은 매출감소(77.7%)와 판매대금 회수지연(52.8%)이 압도적이었다. 올 추석에 중소기업들은 평균 2억2,36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자금사정이 어렵다 보니 자금 확보율은 71.1%에 그쳤다. 부족 자금 비율은 소상공인(48.2%), 소기업(32.4%), 중기업(15.6%) 순으로 많았다.
당연히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 수도 줄었다. 올해 조사에서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한 비율은 61.2%로 지난해의 66.5%에 비해 5.3%포인트 감소했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상여금 액수는 줄였다. 정액으로 지급 예정인 중소기업들의 평균 상여금은 62만2,000원으로, 지난해 83만원보다 20만8,000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 넘게 광고회사를 운영 중인 이모씨도 올해 10명 남짓한 직원들에게 추석 떡값을 주지 못하게 됐다. 명절을 앞두고 혹시나 기대했던 직원들의 어깨가 축 쳐졌다. 이씨는 “대표로서 참 속이 쓰리고 답답하지만 광고업계가 너무 힘들다”며 “경기가 죽으면 기업들은 광고부터 줄이고 몸을 사렸는데 요새는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그런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들에게 추석 연휴 이후는 더 걱정이다. 올해 중소기업 수출은 지난해보다 감소 추세고,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하반기에 투자와 고용 축소에 나서겠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등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만 가득하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추석 정책자금을 대방출하는 등 노력을 쏟고 있지만 아무리 자금을 풀어도 장부 상으로 조금 나아질 뿐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국내 정책 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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