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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프레임 정치와 대통령의 침묵

입력
2014.09.01 20:00

프레임(frame)의 통념적 개념은 사고의 틀, 또는 정치사회적 현상을 보는 관점이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식의 틀이 바뀌고 궁극적인 가치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안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경제문화적 상황변수는 프레임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지배적 프레임의 작동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공론(公論)이라는 이름으로 중우정치(衆愚政治)가 정당화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런 프레이밍(framing)과 불가분의 인과관계를 갖는 것이 왜곡된 정치적 상징조작과 이미지 형성이다. 이는 현상의 본질을 호도하고 진실을 덮는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집단이 상반되는 의제를 놓고 충돌할 때 여론의 향배는 주요한 변수다. 소수 입장도 반영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정치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정치기술이나 파워엘리트의 힘이 과도하게 작용한다면 공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회적 합의의 권위는 현저히 떨어지고 갈등은 증폭된다.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회의 문화적 능력과 집단지성이다.

세월호 특별법에서 여권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형사사법(刑事司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에서 단 한 발도 나아가고 있지 않다. 여야, 유가족의 3자 협의는 대의민주주의에 맞지 않으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논리도 일관되고 확고하다. 이런 쟁점은 논쟁적인 것들로서 찬반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권 주장에 친화적인 프레임이 지배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이 정말로 대한민국 법체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인지에 대한 법실증주의와 법철학에 입각한 사회적 논쟁과 토론은 찾아볼 수 없다.

여타의 정치사회적 어젠다에 대한 쟁투가 그랬듯이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과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예외 없이 진영논리가 똬리를 틀었다. 이 와중에 야당은 협상 동력과 지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세월호 참사 직후의 ‘국가혁신’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와 철저한 진상규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실종돼 가고 있다.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과 사회세력간의 대립이 건강한 사회적 공론장의 공백을 대체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관련 법안은 상호모순적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경제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으로 갈 길을 잃고 경제성장의 동력과 활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고의 체계가 프레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수사권 및 기소권의 진상조사위 부여 여부, 특검 추천의 배분 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유가족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이 새정치연합의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 당내 강온 대립으로 과잉 해석되는 스테레오 타이프적인 분석은 진부하다. 제1야당내의 강경파와 중도파의 구조적 대립은 현 한국정치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러나 이런 당내 상황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은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존재, 그들의 세력다툼과 세월호 특별법 해법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糊塗)한다. 야당내의 의견이 갈린 것은 기본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2차 협상안에 대한 유가족들의 거부다. 야당이 유가족과 여권의 강고한 입장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 인식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석이 특정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정치의 갈등조정 기능 부재의 민낯을 드러낸다.

대통령의 면담을 간절히 바라는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은 세월호 특별법은 입법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경제나 민생 관련 입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청와대가 일상적 정쟁적 사안을 대하는 정치적 문법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정치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프레임에 갇혀있는 한국정치의 잠금장치를 푸는 대통령의 ‘아름다운 파격’이 절실하다. 정치의 복원을 청와대가 보여줄 때다. 그것이 과반을 넘는 지지를 획득한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다. 대통령의 침묵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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