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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꽃뱀… 영화 같은 사기 도박판, 현실이었다

입력
2014.09.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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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갈취 주범 등 2명 구속수감… 명동 사채왕 최모씨 공모 단서 확보

영화 '타짜' 한 장면.
영화 '타짜' 한 장면.

‘명동 사채왕’ 최모(60ㆍ구속기소)씨 일당이 벌인 수억원대의 사기도박 사건(▶관련기사 보기)이 검찰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나 2명이 구속됐다. 최씨는 현직 판사와 검찰 수사관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최씨가 자금을 벌어들인 개인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사기도박 사건의 주범인 A(67)씨 등 2명을 최근 체포해 31일 구속수감했다. 검찰은 사채왕 최씨가 사기도박 일당에게 도박자금과 장소를 제공한 정황을 파악하고 조만간 최씨도 추가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최씨는 현재 공갈과 협박, 마약, 사기, 무고교사, 위증교사, 주금가장납입, 변호사법 위반, 탈세 등 20여가지 혐의로 기소돼 2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A씨 등은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호구’(사기도박 피해자)로 경기 의정부에 사는 사업가 B씨를 물색했다. A씨는 B씨에게 동향 출신이라며 식사와 한약을 제공해 환심을 산 뒤 강원 속초시로 함께 ‘도박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서울 방배동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행세한 A씨는 2011년 10월 속초 한화콘도로 B씨를 유인했다. 사기도박 일당은 영화 ‘타짜’처럼 타짜(기술자)와 모집책(도박판에 호구를 끌어들이는 인물), 바지(화투판 참가자), 바람막이(호구에게 잘 한다고 부추기는 사람), 꽁지(뒷돈을 대주는 사람), 꽃뱀(호구를 유혹하는 인물)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들은 B씨가 수중에 돈이 없다고 하자 감언이설로 도박자금을 대주고 차용증을 쓰게 했다. 이들은 점당 5,000~1만원의 고스톱, 화투패 중 돼지그림이 그려진 화투장 가진 사람이 무조건 100만원을 먹는 속칭 ‘돼지먹기’를 통해 B씨의 돈을 빼앗았다. 타짜가 화투패를 조작하는 사기도박에서 B씨는 하루 밤 새 6,500만원을 잃고 곧바로 송금했다.

한달 뒤 충북 제천의 별장으로 B씨를 다시 불러들인 사기도박 일당은 추가로 2억8,00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당시 이들이 음료수나 커피에 마약을 타 B씨에게 마시게 한 뒤 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사기도박 일당을 잘 아는 인사는 “마약을 마시면 돈 개념이 없어져 잃어도 화가 안 나고 도박만 계속 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A씨는 ‘동패’(같은 편이 돼서 수익이나 손실을 나누는 약속)를 제안해 B씨를 안심시켰다. B씨는 결국 5억6,000만원을 잃어 이 중 2억8,000만원을 갚아야 했다. B씨는 돈을 잃었으면서도 A씨가 같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믿고 미안해했다. 사기도박 일당은 B씨에게 빼앗은 돈을 골고루 나눠 가졌다.

검찰은 특히 사채왕 최씨가 사기도박 일당에게 1억원 가량의 도박자금을 제공한 ‘모도꾼’ 역할을 하고 제천 별장을 도박장소로 제공한 사실을 파악했다. B씨가 잃은 돈 일부가 최씨에게 건네진 단서도 확보한 만큼 검찰은 최씨가 이번 범행의 공모자 또는 실질적인 지휘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씨의 지난해 9월 11일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B씨와의 접견에서 최씨는 “당신 사기도박으로 당했다. 미인계로 갔다”고 말했다. A씨와 사이가 안 좋았던 최씨가 자신은 개입하지 않은 것처럼 피해자에게 말하면서 사기도박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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