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진전 없어 장기전 준비"

입력
2014.08.28 17:37

김영오씨 45일 만에 단식 중단, 회복되면 광화문 광장 복귀 밝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온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6)씨가 28일 단식을 중단했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단식에 돌입해 40일째인 22일 건강악화로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이후에도 계속해서 단식을 이어오던 김씨는 입원 일주일 만인 이날 낮 12시부터 묽은 미음 200cc로 식사를 재개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는 이날 시립동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씨가 단식을 중단하고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협상에 진전이 없어 언제 특별법이 타결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단식을 중단하라는 남은 가족들과 희생자 유족들의 요청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을 계속했던 김씨가 마음을 돌린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병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작은 딸 유나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부터 많이 걱정했고, 입원 후 병원에 와서 힘들어했다. 입원하는 날은 어머니도 단식 사실을 아셔서 우셨다. 부모님하고 유나 때문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노모는 입원 당일 김씨가 40일 간 단식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던 대장암 부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다시 광화문을 찾아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28일 현재 김씨의 혈압(128/85 mmHg)과 맥박(평균 70회) 등은 정상 범위에 있지만, 일부 영양수치는 성인 남성 기준치보다 낮다. 주치의인 이보라 내과의는 “식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심부전, 호흡부전 등 생명이 위험해지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유민 아빠가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마음 놓고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권재희기자 luden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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