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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이순신과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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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을 1,600만명 이상의 국민이 보았다(8월 25일 기준). 개봉 4주만에 영화 흥행에 관련된 각종 최고와 최단 기록을 갱신하며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어떻게 한달 남짓 동안 전체 인구 5,000만명의 나라에서 1,600만명 이상이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이 영화가 동시대 한국인들을 강하게 자극하는 한편, 국민적인 결핍을 충족시켜줬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부 평론가들이 제기하는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평가보다 사회적 맥락에서 이 영화를 읽어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명량이 충족시킨 우리의 결핍은 무엇일까?
명량이 신드롬을 일으키는 동안, 극장 밖에서 벌어진 두 사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겸손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세월호 희생자 ‘유민’이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두 손을 잡았다. 끝없이 높은 자리의 그가 한없이 낮은 자세로 임하는 말과 행동에 우리는 감동했다. 종교를 떠나 존경심이 일었다. 교황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채 떠났고, 한달 넘게 단식 중이던 김영오씨는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그를 살려야 한다며 문재인 의원이 동조 단식에 나섰다. 그러자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 일부 진보언론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일제히 여야합의를 깨는 행위라며, 정치인은 국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한다며 비난과 비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의 단식은 아주 폭발력 있는 정치행위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때문에 민생이 죽는다는 이상한 논리로 국가적 재난을 정쟁으로 격하시키는데 성공했다. 참사 초기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진실규명을 둘러싼 지난한 논쟁과 과도한 슬픔으로 국민의 피로감은 커졌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의 단식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유력정치인으로서 모처럼 파괴력 있는 모습이다. 사실 문재인은 훌륭한 인격을 가졌으나 한국의 현실정치인으로선 유능하지 못한 듯 하다. 지난 대선 이후의 행보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계된 사안 및 선거 때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아마도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고 있던 터라 혹시 그의 말과 행동이 계파간 갈등으로 비춰져 역풍이 불까 봐 몸을 낮췄을 것이다. 그 결과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거짓말과 반칙도 서슴지 않는 상대에 비해 문재인은 어딘가 유약하게 비춰졌다. 보수우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한국의 정치사회 지형에서 그렇게 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널리 얻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런 문재인에게 명량은 중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명량의 성공요인은 이순신이다. 따라서 명량의 흥행돌풍은 ‘이순신 신드롬’이라 해야 정확하다. 전투에 나가면 죽으리란 두려움에 휩싸인 열악한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은 탈영한 수졸의 목을 베고, 결전에 앞서 집을 불태우는 등 단호한 행동으로 군사들을 하나로 묶어낸다. 한없이 따뜻한 면모의 그가 비정할 만큼 단호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 해군은 압도적 열세를 딛고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배가 가라앉고 바닥이 꺼지는 각종 재난에 청와대와 정부가 보여준 무기력한 대응에 실망한 한국인들에게 이순신의 지도력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것이 명량이 충족시켜준 사회적 결핍이다. 여기서 문재인은 이순신의 ‘생즉사 사즉생’같은 승부사적인 면모를 배워야 한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걸 줄 아는 지도자가 시대를 얻는 법이다.
왜냐면 훌륭한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품고 길러내는 자산이다. 그러니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이 좋은 지도자로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미지와 다르게 문재인은 아주 적극적인 방식으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이로써 더 이상 청와대와 여당은 세월호 진실규명을 어물쩍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권력에서 소외 당했던 이순신은 백성을 위해 전쟁에 임했다. 그런 심정으로 불안한 국민을 위해 힘있는 정치를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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