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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윤 일병 유족과 주요 목격자 만남도 방해

입력
2014.08.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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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선임병들 사망 전날 오후에

"먹다가 체하는 게 뭔지 알려 주겠다"

흘린 만두도 강제로 입에 넣고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심한 폭행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 회의실에서 윤 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이 윤 일병 유족과 목격자인 김모 일병의 만남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 회의실에서 윤 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이 윤 일병 유족과 목격자인 김모 일병의 만남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가혹행위로 사망한 28사단 윤모 일병은 사망 전날까지도 냉동식품을 강제로 먹으면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이 윤 일병 유족과 중요 증인을 의도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27일 서울 영등포동 센터 1층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사건의 중요 목격자인 김모 일병을 만나 진술을 확보한 결과, 윤 일병이 사망 전날부터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과호흡증후군을 보였고 다음날까지 이어진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의무대로 배치 받기 전부터 의무대에 입실한 환자로 윤 일병이 사망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목격한 증인이다.

군인권센터가 확보한 김 일병 증언에 따르면 윤 일병은 사망 전날인 올해 4월 6일 오후 4시쯤 수액을 맞으며 자고 있던 중 가해자 이모 병장과 이모 상병 등에 의해 깨어나 강제로 만두를 먹어야 했다. 이들은 “계속 먹다가 체하는 게 뭔지 알려주겠다”면서 윤 일병 입에 강제로 만두를 쑤셔 넣었다. 만두가 윤 일병 입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자 다시 주워먹게 시키기도 했다. 이 상병은 윤 일병이 입 속 음식물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정수리를 강하게 내리쳤고 윤 일병은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또 폭행을 당하던 윤 일병의 눈이 조금씩 감기고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가 보였음에도 이 병장 등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윤 일병 측 정연순 변호사는 “이날 폭행으로 윤 일병은 바이탈 사인이 완전히 떨어졌고 사실상 병원에 가기 전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소장은 또 “김 일병은 윤 일병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어했고 김 일병 아버지도 윤 일병 유가족과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헌병대와 3군사령부 검찰부를 비롯해 군 당국 누구도 이들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고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군 검찰이 김 일병을 출석시키려 노력했지만 이미 천식으로 전역한 상태였고 김 일병 부모가 출석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로 김 일병과 가족들은 실상과는 반대로 ‘사건을 외면한다’는 지탄을 받으면서 몹시 괴로워했다고 한다. 임 소장은 “3군사령부 수사를 즉각 중단시키고 즉시 감찰을 실시해야 한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건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관할 이전하고 수사권도 국방부 검찰단으로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는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참석해 김 일병이 윤 일병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편지에서 김 일병은 “두려움과 공포로 선뜻 나서지 못해 수개월간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남은 평생 반성하겠다”며 “본인이 힘든 고통 속에 있었음에도 환자인 내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랑한다”고 밝혔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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