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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불통' 청와대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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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특별법은 국회서 풀 일" 되풀이… 불통 논란 이어지나
야권의 책임 전가 의도 차단 논리 국정마비 지경인데도 강경 기조
여권도 "나서 봐야 해결될 것 없다" 대치정국 장기화 땐 국정 부담 가중
청와대는 25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라는 세월호 참사 유족과 야권의 요구에 침묵했다. 세월호특별법은 입법사항인 만큼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정쟁으로 몰아 가려는 야권의 의도를 차단하겠다는 뜻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가 최악으로 꼬인 대치 정국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정치력 부재 시비나 불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칙이냐 불통이냐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각종 민생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 세월호 공방에 몰두하면서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여야를 거듭 압박했다. ‘세월호특별법 갈등은 여야가 합의해서 풀어야 할 입법권의 영역으로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유족의 추가 면담을 추진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직후 팽목항 현장에 찾아가고 세월호 유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하는 등 이미 유족들을 수 차례 만났기 때문에 더 이상의 면담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단식 중인 유족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여권 지도부에서는 이런 청와대의 강경 기조를 “청와대가 나서서 해결될 것이 현실적으로 별로 없다” “야당이 세월호법 협상 실패 책임을 청와대에 전가하려는 시도에 넘어가선 안 된다”는 논리 속에서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정 마비까지 야기하고 있는 핵심 정치 현안에 대해 원칙만 강조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라는 논란도 크다. 세월호 유족들과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 조정과 중재에 나서 국회와 정치권을 정상화하는 것은 청와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교황 방한으로 세월호 이슈가 재점화하고 유족들의 단식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조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세월호 유족들에게 정치적 의도나 배후가 있느냐 없느냐와 상관 없이 대통령으로서 자식 잃은 부모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반문도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한 박자 늦은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일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각종 사고 및 민생 현장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와 유족들을 보듬고 위로하던 모습도 떠올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정쟁에 이용당하지 않겠다”
박 대통령은 이날 특히 의회민주주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세월호법 해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더욱 꼬이게만 할 뿐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월호 갈등을 키워 정상적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두고두고 정권을 흔들려 하는 야권의 불순한 의도에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도 “유족들을 앞세워 세월호 정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야권에 틈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유족들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ㆍ기소권을 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는 한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쥔 야권 성향 인사들이 정치적 의도 속에서 청와대 핵심 인사를 잇따라 소환하고 정부ㆍ여당을 혼돈에 빠뜨리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월호 대치정국이 장기화하면 결국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실제 장외 투쟁에 나서는 등 세월호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경우 여론추이가 향후 대응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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