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의 세월호법 강경투쟁 적절하지 않다

입력
2014.08.25 20:00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세월호특별법 해결을 위한 여ㆍ야ㆍ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 새누리당이 거부할 경우 강도 높은 대여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같은 날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 분위기로 봐서도 국정감사는 물론 정기국회 등 국회일정 보이콧과 장외투쟁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런 식의 대결 공세는 지금까지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의 전후를 살펴볼 때 아무래도 명분이 약하다. 세월호 협상에서 혼선을 거듭했던 야당이 급기야 길을 잃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선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1, 2차 합의안을 도출해내고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직접 책임은 야당에 있다. 유가족과의 사전 소통 부재, 지도부의 협상전략 부재 등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깬 야당이 앞장서서 강경투쟁을 예고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더욱이 박 원내대표가 제의한 3자 협의체 구성에는 구체적인 방향성도 결여돼 있다. 특검추천권, 진상조사위와 관련한 기존 합의 내용을 모두 원점으로 돌리고 새로 협상을 하자는 취지인지, 진상조사위의 수사권ㆍ기소권 부여를 요구하는 유가족 안을 논의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합의안에서 후퇴해 새롭게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면 적어도 기존 합의의 문제점, 협의 대상과 내용에 대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먼저 제시하는 게 순리다.

협상 파트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채 “오늘까지가 시한”이라며 강경투쟁을 예고한다면 무조건 굴복하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상대는 아무도 없다. 새누리당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당내 강경파의 반발과 유족의 거센 항의로 합의이행에 실패해 체면을 구긴 야당 지도부가 정치적 곤경을 뚫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인상밖에 남기지 않는다. 그러니 새정치연합은 정해진 국회일정을 소화하면서 새누리당과 원만한 절충점을 모색하는 게 마땅하다.

새누리당도 정부 무능이 초래한 대형 인명피해라는 특수성의 관점에서 3자 협의의 타당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합의안 좌초에는 정부ㆍ여당에 대한 유가족의 불신이 크게 작용했고, 유가족의 입장이 입법 과정에 중요한 변수가 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여당 몫 특검 추천위원은 야당ㆍ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거치겠다는 합의 내용도 믿지 못하겠다는 유가족의 반응을 감안하면 원활한 특검 추천을 위해서도 유가족과의 의견 조율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유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협의 대상과 방향이 구체화한다면 여당이 3자 협의를 피할 이유가 없으며, 이를 굳이 입법권 침해로 볼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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