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정치권 오죽 못났길래…" 여야 쫓아다닌 세월호 유족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가족위 5명, 참사 130일 만에 與 이완구 원내대표와 공식 면담
주호영·김재원 참석 문제로 실랑이, 양측 "신뢰 회복 차원 만남 성과"
세월호특별법 논의를 위해 ‘여야ㆍ유가족 3자 협의체’를 앞장서 제안했던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25일 전면에 나섰다.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당사자인 유가족들이 여야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기막힌 상황이 현실화한 것이다.
김병권 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 등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 5명은 이날 오후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30일이 다 되어서야 여당 원내대표와 유가족 대표단의 공식적인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면담에선 구체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지진 않았다. 유가족들은 여야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3자 협의체 구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질 경우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돼야 실질적인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 쟁점에 대해 새누리당 역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3자 협의체에 대해선 대의민주주의 훼손 가능성을 들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현행 형사ㆍ사법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그간 쌓인 오해를 많이 풀었고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도 “오늘 만남은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이었다”면서 “3자 협의체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기로 한 게 제일 큰 성과”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틀 뒤인 27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지만 초반 분위기는 냉랭했다. 새누리당이 면담 장소를 당초 예정됐던 원내대표실이 아닌 원내수석부대표실로 변경하자, 유가족들은 “면담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5분여 실랑이 끝에 이완구 원내대표가 면담 장소를 애초대로 원내지도부 회의실로 다시 바꾸면서 양측간 신경전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실제 면담까지는 또 다른 논란이 있었다. 유가족 측 김병권 위원장이 “우리는 원내대표만 보고 싶다”면서 주호영 의장과 김재원 원내수석의 면담 배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호영 의장의 경우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데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이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에 대해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을 별도로 접촉해 가족대책위의 분열을 유도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황한 주호영 의장은 “전체가 아니라 손해배상 문제로 들어가면 교통사고 법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고, 김재원 원내수석도 “저를 네 번이나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만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병권 위원장은 주호영 의장을 향해 “우리가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하는 상황에서 배ㆍ보상 문제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게 적절했느냐”면서 “왜 우리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30분 가까이 이어진 실랑이는 결국 이완구 원내대표가 “정치권이 여러분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우리 모두가 문제를 잘 풀어가려던 과정에서 나온 오해이니 이제 마음을 푸시라”고 중재에 나선 뒤에야 면담이 시작될 수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면담 직후 곧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났다. 유가족들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의 면담 내용을 설명한 뒤 새정치연합의 대응 방안을 물었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며 “새누리당이 3자 협의체를 끝내 거부할 경우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전날 오후 박영선 원내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3자 협의체 구성 방안과 여야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들에 대한 입장을 전달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간 논의 창구가 없는 상황이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새정치연합 → 새누리당 → 새정치연합’ 순으로 여야 정치권을 만나나가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국회 상황이 꼬일대로 꼬인 직접적인 이유는 야당이 두 번이나 일방적으로 합의를 어겼기 때문”이라면서도 “여야가 오죽 못났으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를 협상장에 앉히려고 저렇게 뛰어다니나 싶어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