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청와대는 왜 세월호 유가족 만나지 않는가

입력
2014.08.24 20:00

여야가 좀처럼 세월호 특별법 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의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부터 국정감사를 1, 2차로 나눠 실시하기로 한 여야 합의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오늘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을 개정해야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 잡혀 있는 1차 국정감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우선처리를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류에 비춰 보면 전망이 어둡다.

새정치연합은 어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여야와 유가족 대표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 방안을 여당에 제안했다. 두 차례의 여야 합의안이 유가족들의 거부로 난관에 봉착한 만큼 협의 과정에 유가족대표를 참여시켜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를 두 번이나 깨고 논의의 틀을 바꿔 새로 협상하자는 것은 공당으로서 책임회피이며 대의민주주의와 의회민주제를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이유에서다.

3자 협의체 구성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이 계속되고 있고 탈진해 병원에 실려가는 가족도 나오는 상황이다. 야당에 유가족 설득의 짐을 지우고 뒷전에서 원칙만 고집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배경에는 정부여당에 대한 유가족들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관계자가 나서 이들의 불신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야당이 내놓은 방안에 퇴짜만 놓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고 유가족에 진정으로 다가가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초기에 보여줬던 눈물과는 달리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 인근에서 유가족들이 여러 날째 밤샘 농성을 벌이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응답이 없다.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유가족 측 주장에 부담을 느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불신과 맺힌 마음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그렇게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면 유가족들도 믿음을 갖고 보다 유연하게 이 사안에 접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오늘로 취임 1년 6개월을 맞는다. 취임 초에 제시했던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고 그래서 이번 정기국회는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점철된다면 국정동력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런 사태는 갈 길 바쁜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고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취임 때부터 불통 논란에 휩싸여 온 박 대통령이다. 세월호 사태에서만은 야당과 유가족, 그리고 이 사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다수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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