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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두사미 조짐 보이는 軍 병영혁신·사법개혁

입력
2014.08.24 20:00

GOP 총기난사와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오늘 첫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민관군 전문가 113명이 참여한 혁신위는 복무제도 혁신, 병영생활 및 환경 개선, 장병 리더십 및 윤리증진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해왔다. 전체회의는 각 분과에서 제시한 개혁과제를 심층 논의해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혁신위는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거쳐 12월쯤 최종 병영문화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벌써부터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 수뇌부가 핵심 과제인 군 사법제도 개혁과 군사옴부즈맨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한민구 장관 주재로 국방부 고위관료와 3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급 간담회’를 열었으나 군 사법제도 개혁 등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의 사전자료가 일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전날까지도 기자들에게 ‘군 사법제도 개선 고위급 토론회’로 공지했던 모임을 갑자기 ‘병영문화혁신 고위급 간담회’로 명칭과 주제를 바꾼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현행 군 사법체계는 군 수뇌부의 지휘권이 법 위에 올라앉은 모양새로, 폭력 등 병영악습이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심판관’ 제도다. 보통군사법원은 2명의 군판사(군법무관)와 부대 사령관이 일반 장교들 중 임명하는 심판관으로 구성된다. 국방부는 “야전 경험과 군사전문지식이 부족한 군법무관을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1심의 경우 통상 군판사(위관급)보다 계급이 높은 심판관(영관급)이 재판장을 맡아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사령관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지휘하는 ‘관할관’으로 지정돼 있어 선고된 형량에 대한 감경권까지 행사하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의 특수성과 효율적 인사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관할관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사법통제를 유지하는 근거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끈질긴 추적으로 진상이 드러난 윤 일병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군은 폭력 등 반인권 범죄를 축소ㆍ은폐하기 바빴다.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관심이 줄어든다 싶으면 유야무야 덮어버렸다. 군 사법체계 개선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논의됐으나 군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군 수뇌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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