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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도주·은신… 檢 추적 따돌리며 숨바꼭질 추태

입력
2014.08.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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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의원회관에 놔두고 집으로 귀가도 안 하며 도피 행각

출입 막는 보좌진과 실랑이도… 하나둘씩 출석 소식에 결국 백기

구인영장 집행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의원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구인영장 집행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의원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21일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검찰과 5명의 여야 국회의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현역 의원들에 대해 강제구인에 나서자 대부분 의원이 사무실을 비운 채 종적을 감췄고 검찰은 소재 파악을 위해 의원회관을 훑고 다녔다. 방탄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과 검찰의 이례적 강수에 야당 의원들부터 백기를 들고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방탄국회는 없다”는 지도부의 지침에 반해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결국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 의원들 사실상 도주…비난여론에 뒤늦게 모습 드러내

검찰은 이날 오전 6시 검사 3명과 수사관 40명을 국회 의원회관으로 보내 구인영장 집행에 나섰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의원들이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 불출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관들은 오전10시쯤 여야 의원 사무실을 동시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사무실을 비운 상태였다. 특히 새누리당 박상은 조현룡 의원은 아예 국회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조 의원의 경우 이날 오전9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은 물론 의원회관 사무실이나 본인 및 자녀의 거주지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이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을 들이닥쳐 구인영장 집행 의사를 밝히자 한 보좌관이 “국회 방호과를 통해 정식절차를 밟아 오라”며 출입을 가로막아 한 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상은 의원은 오후3시에 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후3시 이후에도 박 의원이 법원에 나타나지 않자 검찰은 “유감스럽게도 박상은 의원이 일방적으로 피의자 심문에 불응하고 도주했다”고 강제구인 방침을 밝히며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박 의원은 전날부터 휴대폰을 의원회관 사무실에 둔 채 자택으로 귀가도 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검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박 의원의 운전기사는 강제구인이 시작되자 관용차를 몰고 수도권 곳곳을 돌아다니며 검찰 추적에 혼란까지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의원회관 폐쇄회로(CC)TV까지 열람하며 의원들의 행적을 뒤쫓으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두 의원이 잠적ㆍ도주했다는 얘기가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김영우 수석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해당 의원들은 성실하게 영장실질심사에 나서 당당히 수사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도 “의원들이 도피하도록 차를 운전해주거나 숨는 장소를 제공한 사람에 대해서도 모두 범인도피죄로 입건해 엄단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차량에 대해 수배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두 의원은 결국 오후 늦게 당초 입장을 바꿔 자진 출석 의사를 검찰에 전했다. 박 의원은 오후 5시30분, 조 의원은 오후 8시에 각각 법원에 나타나 예정시간 보다 각기 2시간 반, 11시간 반이나 늦게 영장실질 심사를 받았다.

새정치, 검찰과 술래잡기…자진 출석 약속하고 강제구인 면해

입법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김재윤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검찰의 ‘강제구인’이라는 초강수 압박에 끝내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한때 이들이 국회의원 회관의 다른 사무실에 모습을 숨겨 검찰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제구인이 시작될 당시 신학용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의원실을 비운상태였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김재윤 의원과 신계륜 의원실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구인장을 집행하러 왔다”고 소리쳤고 신 의원실 보좌관은 “어제 밤부터 회관 안에는 있지만 여기(의원실)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10여분간의 대치 끝에 수사관들이 의원에 진입했지만 두 의원은 사무실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관들은 사무실 내 보일러실과 벽 사이까지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반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신학용 의원은 검찰이 구인영장 집행의사를 전달하자, “영장심사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법원에 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전했다. 신 의원은 당초 오후 4시 30분에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보다 앞서 검찰이 강제구인에 나선 것에 대해 “강제구인은 망신주기”라며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 의원과 15분 가량 면담을 한 뒤,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약속 받고 12시 15분쯤 물러났다.

신학용 의원의 출석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머지 두 의원도 잇달아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모습을 드러냈고 신학용 신계륜 의원도 각각 오후4시와 6시 출석했다. 이날 오후 새정치연합 세 의원이 모두 법원에 출석함으로써 찾으려는 검찰과 숨으려는 의원 사이 지리한 숨바꼭질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야당탄압저지특위' 위원장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당 소속 의원 3명에 대한 검찰의 강제구인 시도에 대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 검찰의 야당 의원 망신주기 수사를 강력 규탄한다”며 “유례없는 강제구인과 야당탄압이 도를 넘었다”고 맹비난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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