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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안 사고 전세시장만 들썩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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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오르고 거래도 큰 폭 늘어 가을 이사철 맞아 대란 재현 소지
아파트 매매는 호가 오른 채 잠잠 월세 비중도 41% 사상 최고치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1단지의 전용면적 66㎡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대 초반 조모씨는 최근 3억5,000만원에 전세를 재계약했다. 9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2년 전보다 5,000만원이나 오른 전세금을 요구한 탓에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계속 전세로 남기로 결정한 것. 조씨는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5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아무리 금리가 낮고 대출이 쉬워졌다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며 “금리가 낮다는 것은 전세 자금 대출 여건도 좋다는 것이기 때문에 오른다는 보장도 없는 아파트를 무리해서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거래는 없이 매매 호가만 높이는 와중에 금리 인하 등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전세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12~18일) 전국 아파트 전세값은 1주일새 0.09% 올랐다. 수도권이 0.12% 상승하며 오름세를 주도한 가운데 수원 영통구(0.58%) 의왕시(0.45%) 고양시 일산동구(0.42%) 등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문제는 거래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중 전세거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8.5% 늘었다. 전세 거래는 4월에 4.2%가 감소하는 등 올 들어 전년대비 감소 추세가 이어져왔다.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의미.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 재건축 이주 수요 등 전세를 찾는 이들이 증가 추세라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월세거래는 28.5% 증가해 여전히 전세거래 증가세를 웃돌았고, 월세거래 비중도 41.5%로 사상 최고치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달 들어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전세를 놓는 집주인은 금리 인하로 이자소득이 줄어들어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월세로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였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빚을 내도 집을 살 수 없는 세입자는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어 금리인하가 전월세시장에서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출규제 완화 등 주택 매매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대책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매매호가가 오르는 등 집값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덩달아 전셋값도 뛰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별도의 전월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부동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점에서 갑작스럽게 매매 전환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공공물량 확대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 전월세 안정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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