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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아이스버킷 챌린지, '루게릭병'부터 알고 합시다

입력
2014.08.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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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는 이미 출고된 기사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경우 이를 후속 기사로 보완, 결과적으로 더 내용이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 뉴스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려는 취지의 서비스입니다.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가 그런 것처럼 기사에도 당연히 애프터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는 한국일보닷컴만의 신념을 반영했습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열풍인 요즘, 이 이벤트의 본질을 짚어보고자 '루게릭병'에 대한 정보를 전합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전 코치가 19일 밤 경기도 수지 자택에서 얼음물 뒤집어쓰기 캠페인인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박 전 코치는 현재 루게릭병을 앓고 있어 직접 얼음물을 뒤집어쓰지는 못했고 대신 인공 눈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마쳤다. 그는 승일희망재단을 통해 "루게릭병을 알리는 캠페인에 많은 분이 관심을 주셔서 가슴이 벅차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시원하게 얼음물 샤워를 할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 전 코치는 다음번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도전자로 대전고 선배인 김용태(새누리당) 의원, 배우 양동근,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을 지목했다. 연합뉴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전 코치가 19일 밤 경기도 수지 자택에서 얼음물 뒤집어쓰기 캠페인인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박 전 코치는 현재 루게릭병을 앓고 있어 직접 얼음물을 뒤집어쓰지는 못했고 대신 인공 눈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마쳤다. 그는 승일희망재단을 통해 "루게릭병을 알리는 캠페인에 많은 분이 관심을 주셔서 가슴이 벅차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시원하게 얼음물 샤워를 할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 전 코치는 다음번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도전자로 대전고 선배인 김용태(새누리당) 의원, 배우 양동근,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을 지목했다. 연합뉴스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관련기사 바로가기)이다. 하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유행이지만 정작 루게릭병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연기자 이켠이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행처럼 아이스버킷 동영상이 올라온다. 그 마음은 인정하지만 루게릭병에 관해서 알고들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켠은 "(아이스버킷은)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 되는 고통을 묘사하는 건데, 다들 너무 재미 삼아 즐기는 거 같이 느껴진다. 그럴 거면 하지 말라”고 했다. 이켠의 발언 중 '얼음물 뒤집어 쓰기의 취지가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하는 것'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왕 이 운동에 동참한다면 루게릭병이 무엇인지, 왜 치료가 어려운지 등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죽어서 팔다리가 서서히 위축되며 쇠약해지고 나중엔 호흡근육까지 마비돼 사망에 이르게 되는 신경계 이상 질환이다. 연간 10만 명당 1∼2명에게서 발병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루게릭병은 병으로 진단한 뒤 환자의 수명이 평균 3~4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위중한 병이다. 이례적이지만 물론 증상이 호전돼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브 호킹처럼 40년 이상 생존하는 사람도 있다.

척수 내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생겨

루게릭병의 원래 병명은 ‘근육 위축성 측삭 경화증(ALS)’이다. 뉴욕 양키스 야구단 전설적인 4번 타자 루 게릭이 걸려 널리 알려졌다. 루 게릭은 1930년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즈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1938년 ALS 진단을 받고 이듬해 은퇴한 뒤 2년 만에 숨을 거뒀다. 이로 인해 루게릭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 측면에 있는 운동신경 세포가 손상돼 여기서 명령을 받는 근육에 문제가 생긴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가 근육에 잘못된 명령을 보내 근육이 경직되거나 척수가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아 근육이 위축되고 근육량이 줄어드는 병이다.

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루게릭병의 마르고, 팔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근육병과 비슷해 근육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루게릭병은 척수 내 운동신경 퇴화로 인해 발생한다”고 했다.

루게릭병은 아주 은밀히 시작된다. 처음에는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또 온몸이 피곤해 길을 가다 쓰러지거나 손에 힘이 풀려 가벼운 물건도 쥐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이 마비돼 3~5년 내 목숨을 잃는다.

과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1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체 환자의 10%에 불과하다. 매년 10만 명 당 1명 꼴로 발병하며, 한국은 외국보다 발병 연령대가 조금 높아 50대 이상 남성의 발병률이 가장 높다.

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전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이와 관련이 없다.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환경적인 독소가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다 보니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치료제도 없다. ‘릴루졸(riluzole)’이라는 약이 있지만 이 역시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뿐 치료 효과는 없다.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로 확진하는 데 루게릭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신경병증이나 근육병과 혼동되지 않도록 뇌나 경추부의 자기공명영상(MRI)과 근육 생검 등을 한다. 다양한 혈액검사를 하기도 한다.

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기초 연구가 아직 더딘 편이다. 2008년 루게릭병에 걸린 생쥐에게 리튬을 먹이자 수명이 16% 연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루게릭병 환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리튬을 복용했고, 여러 기관에서 연구에 착수했지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2012년 6월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연구진이 신경세포의 축색돌기의 성장에 필요한 ‘프로필린(PFN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루게릭병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래서 최근 환자 고통을 완화해 주는 쪽으로 치료법이 바뀌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암, 간질, 루게릭병 등에 걸린 환자 고통을 줄이려고 의료용 대마초(마리화나) 사용을 허가했다.

은퇴한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 씨가 루게릭병 캠페인 'ALS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서장훈 씨는 20일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의 사진을 통해 루게릭병을 알리고 환자들을 돕는 취지의 캠페인에 동참했다. 연합뉴스
은퇴한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 씨가 루게릭병 캠페인 'ALS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서장훈 씨는 20일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의 사진을 통해 루게릭병을 알리고 환자들을 돕는 취지의 캠페인에 동참했다. 연합뉴스

근육병, 근력이 약해져 생겨

반면 근육병은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다 결국 신체 장애를 가져와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만성 질환이다. 뇌나 다른 신경조직에는 이상이 없고 근육에만 병이 생겨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많이 발생하지만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유전이지만 자녀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발병 여부는 ▦우성유전인가, 열성유전인가 ▦일반염색체와 관련이 있는가, ▦성염색체와 관련이 있는가 여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자녀에게 유전되는지 알려면 근육병을 앓는 부모가 근육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박경석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진단 결과, 만약 부모가 가진 근육병이 우성유전되는 병이거나 듀센근육퇴행위축병과 같이 어머니에게서 아들로 유전되는 병이라면 아이를 갖기 전 근육병이나 유전병 전문의사와 미리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근육병 중 가장 흔한 것은 유전되는 진행성 근이양증으로 듀센형 벡커형 안면견갑상완형 지대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은 듀센형. 3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고 남아의 발병률이 높다. 출생 후 1, 2세까지는 정상적으로 발육하다 2, 3세에 걸음마할 때 근력이 약화하기 시작한다. 오리걸음을 걷거나 발끝으로 걷는 증상이 나타나 3~7세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12세 이전에 걸을 수 없게 된다.

조기에 적절한 관리하지 않으면 20세 전후에 호흡근과 심장근이 약화해 폐렴이나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성염색체로 유전되는 것이 특징이다. 엄마가 보인자인 경우 아들의 50%가 발병한다. 딸은 발병하지 않지만 그 딸이 결혼해 낳은 아들에게는 병이 유전된다.

벡커형의 경우 증상은 듀센형과 아주 비슷하나 증세는 가볍다. 주로 5세 이후부터 20대 전에 나타나며 16세 이전에 걸을 수 없게 되지만 수명은 거의 정상에 가깝다. 안면견갑상완형은 주로 안면근과 견갑근이 약해진다.

휘파람을 불거나 볼을 내밀기 힘들고 어깨를 잘 못쓴다. 팔이나 다리 근육이 약해질 수도 있다. 여성과 남성에게 모두 나타나고 10, 20대에 증상이 시작된다. 수명에는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 지대형은 남녀 모두에게 발병하고 주로 10~40대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깨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다 견갑골이 날개같이 튀어나온다.

난치병이지만 불치병은 아냐

좌우 팔다리의 힘이 비슷하게 빠지면 근육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근육병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과 세밀한 검사다.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을 자세히 조사하고 피검사를 통해 근육효소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전기검사인 근전도검사로 근육병의 특징, 병의 진행 정도, 근육병종류 등을 알아내고 신경성 마비증인지, 근육병으로 인한 마비인지 진단할 수 있다.

간혹 근육조직검사가 필요하거나 유전자검사를 하기도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근육병 및 유전자검사는 종류가 많지 않고 유전자에 이상이 없다고 해서 유전성근육병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어 효용성이 떨어진다.

근육병은 만성이며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특히 유전성이라면 완치가 어려워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는 병만 악화한다. 최근 줄기세포치료나 유전자치료 등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동물실험 중이거나 환자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 치료만이 현재 알려진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는 것도 금물이다. 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후천성 근육병은 완치할 수 있거나 장기간 치료하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는 병이 대부분"이라며 "조기 진단과 포괄적 재활 치료를 하면 근력 약화로 인한 합병증과 장애를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다발성근염과 피부근염과 같이 면역 치료가 가능한 근육병이 있고 약물에 의한 근육병과 갑상선질환에 의한 대사성근육병 등도 치료가 가능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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