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구인 여야 의원 5명 '숨바꼭질' 실패로

입력: 2014.08.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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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리혐의 국회의원 5명 강제구인 착수

여야 모두 오전 내내 '숨바꼭질'… 오후 출석

법원, 임시국회 전 구속영장 발부 결정할 듯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비리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현역의원들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해운비리와 입법로비 등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현역의원 5명이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에 검찰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로 했다. 검찰에 '방어권'을 주장하며 출석연기를 요구하던 비리혐의 의원들이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21일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여야 현역 의원 5명에 대한 강제구인 절차에 착수했다. 강제구인 대상 의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박상은(65), 조현룡(69)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김재윤(49), 신학용(62) 의원이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현역 국회의원 5명을 한꺼번에 강제구인하려 시도했다. 당장 22일부터는 임시국회가 시작돼 이들 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이 적용된다. 이 '방탄국회'가 끝나면 9월부터 곧바로 정기국회 회기가 이어져 의원들은 연말까지 회기중 불체포특권이라는 보호막 아래 숨을 수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이날 중 의원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구속 상태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됐다.

검찰이 강제구인에 나서자 여야 의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오전 내내 '숨바꼭질'을 벌였다. 인천지검 수사관들은 철도·해운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실을 찾았지만, 박 의원의 부재로 구인에 실패했다.

서울중앙지검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나머지 의원 4명의 의원실에 수사관을 들여보내 구인영장을 제시했지만 이에 응한 의원들은 없었다.

의원들의 숨바꼭질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오후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정기국회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임시국회를 굳이 소집한 것을 놓고 '방탄 국회' 논란이 들끓자 등떼밀리듯 법원에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입법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새정치연합 의원 3명은 오전 내내 검찰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재윤 의원은 이날 오후 1시52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려고 했고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예상보다 빨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도 이날 오후 4시 실질심사에 자진 출두했다. 신계륜 의원도 이날 오전 예정된 심사 시각은 넘겼지만 오후 5시40분께 법원에 출석했다.

비리 혐의 의원들이 자진해서 실질심사에 나가기로 함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동료 의원 보호' 명목으로 8월 임시회를 단독 소집했다는 호된 비난의 화살은 일단 비켜갈 수 있게 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새누리당은 방탄국회를 야당이 열었다고 총공세, 그러나 속속 새정치 의원들은 법원에 출두하고 있고 정작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방탄 국회' 역공격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 의원들의 '숨바꼭질'도 끝이 났다. 이날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조현룡 의원과 박상은 의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조 의원은 검찰의 강제구인이 시작되자 최근 사용하던 휴대전화마저 전원을 끄고 잠적해 검찰이 국회 주변 CCTV를 확보, 도주경로를 확인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오후 3시 20분께 검찰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3시40분께, 연락이 닿지 않던 박상은 의원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고 알려왔다. 박 의원은 오후 5시50분께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실질심사에 출석했고, 조 의원에 대한 실질심사는 이날 밤 8시에 열린다.

새누리당의 두 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영장실질심사 출석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의원의 보좌관에게 연락해 '정해진 시간의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이른 시일 내 본회의에서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수밖에 없으므로 출석하라'는 최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인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당에선) 보호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의원들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조사실 등지에서 대기하며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게 된다. 법원은 22일 임시국회 개회로 이들 의원의 불체포특권이 살아나는 점을 감안해 이날 밤 12시를 넘기지 않고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