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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가혹행위 대책이 부대 해체? "즉흥적·해체 만능주의" 논란

입력
201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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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참총장 "反인권행위 지속 땐 해체

소속부대 전 부대원 타 부대로 전출"

해당지역 안보공백 우려 목소리

병영 사고·수사상황 즉시 공개키로

남경필 아들 상급부대서 보강수사

백승주(오른쪽부터) 국방부 차관, 박대섭 인사복지실장, 김유근 육군참모차장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운영개선소위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병영 내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병영문화 개선 관련' 현안 보고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백승주(오른쪽부터) 국방부 차관, 박대섭 인사복지실장, 김유근 육군참모차장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운영개선소위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병영 내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병영문화 개선 관련' 현안 보고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20일 연이어 터지는 병영 내 인권침해 개선 대책으로 ‘반인권 행위 지속 시 부대 해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전날 을지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병영폭력을 국가안보차원에서 근절시켜야 한다”며 병영문화 혁신을 강력 주문한 뒤 나온 대책이지만 즉흥적 대응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9사단 병영문화혁신토론회에 참석해“이 시간 이후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와 과거 사례라도 이를 은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부대는 발견 즉시 소속부대 전 부대원을 타 부대로 전출시키고 부대를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영 내 잔존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근절하지 않고는 병영문화 혁신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군의 단결을 저해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병영폭력은 이적행위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병영폭력 완전 제거작전’을 전개해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공보에서 최선은 ‘정직’이라고 엄명하고 제때 제때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숨기는 관련자와 부대 지휘관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문책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육군은 이와 관련 병영 내 사건ㆍ사고에 대해 확인된 사실을 즉시 언론에 공개하고, 수사진행단계에서 추가 사실이 확인될 경우나 사건 송치 및 기소 단계에서도 가능한 한 모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의 장남인 남모(23) 상병의 가혹행위 사건에 대해 군이 한동안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도적 축소와 은폐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11일 취임한 김 총장이 곧바로 ‘병영 폭력’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으로 물러난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의 후임인데다, 최근 박 대통령이 병영 폭력 근절을 잇따라 강력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총장의 ‘부대 해체’ 방침이 알려지자 해당 부대의 안보 기능이 없어져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부대 해체의 의미는) 문제가 된 부대 소속 지휘관을 포함한 부대원을 전출시켜 그 부대를 없애는 대신, 해당 지역에 새 지휘관으로 새 부대를 만들어 임무를 교대하는 것”이라며 “해당 지역의 안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대 해체’는 결국 지휘관과 부대원의 전면 교체라는 의미이지만, 자칫 부대원 교체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소지도 다분해 자극적 방식의 즉흥적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총장의 발언은 지난 5월 19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해양경찰 해체’를 떠올리게 해 ‘해체 만능주의’, ‘해체 편의주의’라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한편 육군은 이날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된 남 상병에 대한 수사 관할권을 6사단 헌병대에서 5군단 보통검찰부로 이관했다. 육군 관계자는 “전날 구속영장이 기각된 남 상병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보강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급부대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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