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사제들은 부자를 위한 교회 만들지 말라는 교황의 말씀 명심해야"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신학자 김근수 기고] (하) 한국교회, 자기 자신에 눈을 돌려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첫날인 1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찾아 주교들 앞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어떤 교회와 공동체들은 그 자체가 중산층이 돼 그에 속한 일부의 가난한 이들은 심지어 수치감을 느낄 정도가 됩니다. 그런 교회는 더 이상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아닌 중산층 교회입니다. 악마로 하여금 여러분이 부유한 이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잘 나가는 이들의 교회가 되게 만들도록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 연설은 사전에 바티칸에서 배포한 원본에는 없던 내용이다. 교황이 주교들 앞에서 추가로 말한 것이다. 바티칸이 이를 보완한 현장 연설문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교황은 한국의 주교들 앞에서 ‘부유한 교회, 중산층을 위한 교회로 만들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도 높게 전했다. 특히 ‘중산층을 위한 교회’는 최근 한국 천주교회의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의미심장하다. 이미 2010년 강남, 송파, 서초 등 이른바 ‘부자동네’의 천주교 신자 비율이 평균 25%로 전국 평균 11%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일부 지역의 천주교회 신자가 중산층화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교황은 이를 알고 있다는 듯 ‘중산층 교회’를 직접 거론했다. 교황의 말을 들으며 주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하나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교황은 방한 이튿날 세월호 참사 유족한테서 받은 노란 리본을 방한기간 내내 가슴에 달아 진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 주교들의 가슴에서는 노란 리본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간 교황만큼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관심을 보인 주교가 있었던가.
교황의 방한은 한국천주교 내부에도 많은 반성과 숙제를 던졌다. 특히 방한 중 메시지는 돈이 더 많아지고 부자 신자가 늘어나고 성직자들이 세속화되고 보수화되는 한국천주교에 대한 따끔한 훈계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황은 교회개혁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천주교회는 자기개혁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개혁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투신은 먼저 자기개혁에서 그 진정성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 ‘사회개혁 예스, 교회개혁 노’는 한국 천주교회에 아주 강력한 유혹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해방신학이 계속 강조하듯이 자기개혁 없이는 사회개혁을 말할 명분도, 자격도 없다.
한국 천주교회는 어떻게 자기개혁을 해야 하는가. 가난한 교회라는 교황의 지침에 따라 교회의 처신을 바꾸어야 한다. 돈을 많이 가진 교회가 가난한 교회라고 불릴 수는 없다. 돈은 천주교회가 믿는 교리에 속하지 않는다. 교회는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다고 출발한 단체가 아니다. 우선 교회의 재산, 수입, 지출을 모두 크게 줄여야 한다. 지금 소유한 교회 재산의 90%를 포기하자고 나는 내 책 ‘교황과 나’에서 주장했다. 성당 건축과 성지 개발 등 돈과 관계된 일을 크게 줄여야 한다.
주교들과 사제들은 부자나 권력자들과 개인적 접촉을 크게 줄여야 한다. 부자 신자들과 주로 만나는 성직자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를 찬성하겠는가. 교황은 소형차를 타는데, 주교들과 사제들이 중형차를 타면 되겠는가. 성직자들의 골프장 출입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주교관을 나가 빈민촌에서 스스로 밥해먹는 주교들이 어서 나타나기를 빈다. 육체노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성직자들이 믾아지길 빈다.
교회개혁을 방해하는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성직자 중심주의다. 교황은 “사목자들이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따르려는 유혹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성직자들은 더 낮아지고 더 겸손하고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성직자들이 가난하게 살지 않으면 가난한 교회는 헛된 꿈이다. 한국의 추기경, 주교, 사제들이 교황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 하기를 바란다. 한국 사제들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안락하고 평온한 삶을 예수, 베드로, 바울이 단 하루라도 누려 보았던가.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