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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아이 학원 버스가 다니는 길인데..."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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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초, 지하차도 근처 통행자제 문자… 잠실 쪽에선 약속 잡기도 꺼려
"제2 롯데월드 꼭 올려야 하나" 서울시·송파구청에 항의 쏟아져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학원에 초등학생 자녀를 보내고 있는 서정일(40ㆍ여)씨는 최근 아이의 학원을 끊었다. 싱크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서씨는 19일 “학원 버스가 항상 석촌지하차도를 지나가는데 사고가 날까 불안해 학원을 그만 두게 했다”며 “개학하면 싱크홀이 발생한 곳에도 통행량이 늘어날 텐데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잠실 일대 도로가 꺼지는 등 싱크홀과 동공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도심에서 일상생활 중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18일 동공 5곳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지금까지 동공 7곳이 발견된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주변은 더 큰 두려움이 감돌고 있다. 지하차도에서 250여m 떨어진 석촌초등학교 이재연(62) 교감은 “석촌지하차도 근처로는 가급적 통행을 자제하라는 문자메시지를 개학(28일) 전 전교생에게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접한 다른 초등학교 교감은 “인근에 지하철 공사장이 있어 학교 건물에 금이 조금만 생겨도 신고가 들어올 정도인데 적극적으로 교육에 나서면 불안감이 더 커질 것 같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싱크홀과 관련해 “관내 위험지역을 우회해 안전지역으로 통학하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안전관리 공문을 각급 학교에 내려 보냈다.
불안감은 석촌지하차도에서 1㎞정도 떨어진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장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1970년대 강을 매립해 지반이 약한 잠실에 초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인근 석촌호수의 물이 빠지는 것과 관련해 괴담이 떠돌면서 크게 흔들렸던 주민들의 심리를 최근의 잇단 싱크홀이 다시 한번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방이동에 거주하는 주부 장모(32)씨는 “나를 포함해 이웃 몇 명은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천동에 20여년 거주한 장모(38)씨는 “집을 급하게 팔 수도 없고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아 이사를 가게 되면 빈집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하소연했다.
롯데월드 직원 A씨는 “제2롯데월드 공사 중 석촌호수 물이 빠지고 건물도 약간 내려앉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간다”고 토로했다. 신천의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황수현(23)씨는 “더 큰 싱크홀이 생기면 지하철이 무너질까 봐 출근할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되도록 이 지역으로 지나가지 않으려는 시민들도 눈에 띈다. 매일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하던 박경숙(52)씨는 “싱크홀이 있다는 뉴스가 나온 뒤로 아들이 호수 쪽으로 가지 말라고 하고 나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며 “영화처럼 갑자기 땅이 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롯데월드로 자주 놀러 간다는 고등학생 이모(17)양은 “친구들도 꺼려서 잠실 쪽에서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주민들의 대거 이탈현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인중개사 정희선(31)씨는 “싱크홀로 인한 불안 때문에 집을 내놓는 사람은 아직 별로 없다”며 “이쪽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서모(60)씨는 “만약 제2롯데월드 공사가 싱크홀의 원인으로 밝혀지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아직 영향이 부동산까지 미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와 송파구청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지난 5일 처음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동공에 대해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터널을 뚫으면서 지반 틈새를 막지 않아 토사가 유출된 것이라고 원인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크다. 이들 기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불만 쌓인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한 시민은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잠실에 오기를 꺼리게 만들면서까지 높기만 한 건물(제2롯데월드)을 올려야 하는 이유와 이를 방관하고 있는 송파구청을 납득할 수 없다. 싱크홀 재발 방지대책 및 근본적 원인 규명을 해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석촌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B(40)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그토록 외쳤지만 아직 멀었다”며 “누구의 책임이냐를 가리기 전에 원인이나 싱크홀의 뿌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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