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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개혁 성패는 관료의 서비스 마인드 여부

입력
2014.08.19 20:00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규제비용총량제와 네거티브방식 도입을 골자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규제비용총량제는 의원입법을 포함한 모든 행정규제를 신설ㆍ강화할 때 그 비용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ㆍ완화토록 하는 것이고, 네거티브 방식은 규제 관련 제도나 정책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1998년 법 제정 이후 3차례 일부 개정이 있었지만 이처럼 대폭 수정 보완된 건 16년만이다. 규제개혁의 법적 인프라를 정비해 개혁 추진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꺾일 줄 모르는 규제의 증가 속도에 상당한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당장 불필요한 규제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무분별한 의원입법이나, 의원입법을 가장한 정부의 청부입법 등이 규제비용총량제에 걸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나 기업으로부터 규제정비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부처 책임자가 실명제로 신속히 답변토록 하는 규제개혁신문고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문제는 규제개혁이 제도 정비만으론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끝장토론이 벌어진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규제 총량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논의됐던 52개 현장 건의 과제 가운데 해결된 건 일반 화물차의 푸드트럭 허용 등 14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구호만 요란하고 개혁 시늉만 무성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청와대가 당초 오늘로 예정된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무기 연기하면서 부처별 규제개혁 일정을 조기에 마무리하도록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규제개혁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국회가 관련 법을 통과시켜 도와줘야 하고, 손발 역할을 하는 일선 지자체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규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달라진 만큼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엄밀히 구분할 필요성도 커졌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아무리 독려해도 관료들이 발상을 전환해 뛰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규제개혁을 권한 약화가 아닌 대국민 서비스 향상으로 보는 관료의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 바탕에서 관련 부처들이 의지를 갖고 시행령이나 규칙 같은 것을 개정하면 자체 시행 가능한 규제개혁 과제들은 널려 있다.

이제 말이나 구호가 아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나 사례들을 내놓아야 할 때다. 또 규제비용총량을 억제하는 양적 지표뿐 아니라 핵심 규제를 개선하는 질적 지표 마련을 통해 내실을 기할 필요도 있다. 특히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계기로 공직사회가 규제개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에 가시적 성과가 있는 관련 공무원의 승진 등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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