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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내일 당장 중국 가고 싶다"

입력
2014.08.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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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원할 뿐 접촉의 대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

중국인·시진핑에 축복 기원도… 中 정부, 외국인 선교 허용 불투명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바티칸으로 향하기 전에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들러 환영 인파에 화답하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바티칸으로 향하기 전에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들러 환영 인파에 화답하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세기에서 동승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세기에서 동승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듭해 중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도 13억명에 가까운 천주교와 인구 13억명이 넘는 중국이 화해하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교황은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중국에 가고 싶은지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당연히 ‘내일이라도 당장 가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티칸은 언제나 접촉의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고, 나는 중국 국민들에 대해 매우 경탄하고 있다”며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원할 뿐 다른 어떤 조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이날 중국 영공을 통과하며 다시 한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국민에게 하느님의 복이 내리길 축원하며 기도했다. 그는 직접 조종석에 들어가 조종사가 중국 영공 진입 허가를 요청하는 과정 등을 지켜보고 나온 뒤 “중국의 많은 성인과 예수회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 신부 등이 떠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14일 한국 방문 차 중국 영공을 처음 지날 때도 시 주석과 중국인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하나님의 축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단 연설에서도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과 하루 빨리 대화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바티칸과 중국은 현재 외교 관계가 없다. 지난 1951년 바티칸이 대만과 수교하자 중국이 관계를 끊은 후 갈등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바티칸이 대만을 승인한 것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과 주권을 훼손한 것으로 바티칸이 먼저 대만과 단교해야만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중국은 또 종교란 이유로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할 것을 수교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교황청이 임명하는 사제도 인정하지 않는다. 1957년부터 관제 단체인 천주교애국회를 만들어 자국 내 가톨릭 신도를 자체 관리하고 있다.

수교 분위기가 예상밖에 빨리 무르익을 수도 있다. 낙관론의 근거는 중국의 천주교 신자가 대만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당국에서 공식 인정하는 신자 숫자만 1,5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 성당’ 신도까지 더하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난다. 반면 대만의 신도 수는 30여만명에 불과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으로 향하며 중국에 보낸 메시지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교황청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설적 대화를 진행하고 쌍방 관계 개선을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을 때도 축전을 보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시 주석에게 취임 축하 편지를 보냈고 시 주석도 답장을 했다며 개인적 인연도 강조했다.

그러나 비관론도 적잖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장 내일이라도 중국에 가고 싶다면서도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중국에 보낸 서한을 상기시켰다. 교황청은 당시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천주교애국회는 가톨릭 교리와 양립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도록 촉구했다. 외국인 선교 자체가 불법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과연 종교의 자유를 허용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대만의 반발도 예상된다. 가오안(高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교황이 한국 방문길에 중국에 메시지를 보낸 것은 다른 나라 영공을 통과할 때마다 하는 의례적 인사말”이라며 “대만과 바티칸은 종교의 자유를 비롯,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견고한 수교국”이라고 강조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도 지난해 3월 바티칸의 공식 초청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에 참석했다.

천주교가 처음 중국에 전해진 것은 당나라 때다. 원나라 때인 1294년에는 중국에 첫 천주교구가 세워졌다. 1940년대의 신도 수는 300여만명이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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