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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세월호 노란 리본 떼라더라"

입력
2014.08.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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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리본' 착용 기자회견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세월호 유족에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교황은 이날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추모)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키라는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는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다.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도 세월호 리본은 교황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AP통신은 교황 방한을 정리하는 기사에서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 하던 교황이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족의 손을 잡고 얘기를 들어준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를 만났을 때도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며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여기겠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해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할머니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다”면서 “이들이 이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는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인만큼 희망이 있다는 기대를 표했다. 이어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하며 예정에 없던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교황은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군이 이라크 반군 이슬람국가(IS) 공습에 나선 것에 대해서 “부당한 공격이 있는 경우 공격자를 저지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황은 “폭격이나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멈추게 하는 것”이라며 “멈추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그것은 한 나라가 판단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귀국 후 이라크를 방문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또 기내 회견에서는 자신에게 쏠리는 대중적 관심을 경계했다. 교황은 “인기라는 것은 기껏해야 2, 3년밖에 가지 않는다”며 “거만해지지 않고자 내적으로 내 죄와 잘못을 돌이켜 본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황청 내에서 일하고 휴식하고 수다도 떨며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며 “주변에서 교황은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나 혼자 타겠으니 당신 일을 하라’고 말하는데 이게 사실 정상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위터 팔로어는 한국 방문을 마친 이날 1,500만명을 돌파했다. 교황은 이날 귀국 전세기 안에서 ‘이라크에서 죄 없는 숱한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있다. 곧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등의 글을 올렸다. 이 트위터 계정은 전임 베네딕토 16세에게서 물려 받은 것으로 팔로어는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보다 5배 늘어난 것이다. 교황은 트위터에서 이탈리아어와 영어, 아랍어 등 9개국 언어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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