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듯...예술은 시공을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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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8 17:24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

동ㆍ서와 과거ㆍ현재 전시물 섞어 배치

지역과 시대 사이의 교류ㆍ흐름 보여

서도호ㆍ장 샤오강 등 230여점 전시

과거와 현재의 대화. 청자양각운룡문매병 뒤에 바이런 킴의 유화 ‘고려청자 유약’을 걸었다. 리움 제공.

불상과 불화가 가득한 고미술품 전시실에 고행하는 붓다를 연상시키는 자코메티의 조각과 마크 로스코의 명상적인 추상화가 들어왔다. 시대와 지역은 달라도 초월적인 정신 세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로 어울리는 조합이다. 고려청자 뒤에는 고려청자의 비색을 담은 바이런 킴의 유화가 걸렸다. 1970년대 한국의 단색화는 닮은 듯 다른 1960년대 미국의 미니멀리즘 회화와 같은 공간에 놓여 동시대의 교류와 흐름을 보여준다.

19일 개막하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로비 공간을 ‘교감’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은 대규모 전시다. 그동안 고미술과 현대미술, 한국 작품과 외국 작품을 구분해서 운영해온 전시실에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배치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감을 시도했다. 한국의 국보급 고미술부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서도호, 문경원과 전준호의 협업 신작, 데미안 허스트, 나와 코헤이, 쟝샤오강 등 세계적인 현대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걸작 230여 점이 한꺼번에 나와 제대로 보려면 여러 시간을 바쳐야 한다.

청자ㆍ백자ㆍ고서화ㆍ불교미술 식으로 구분된 고미술 상설전시실은 ‘시대 교감’을 주제로 대표적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화성에 갔다가 돌아오는 정조 임금의 환궁 행차도가 있는 방에 설치된 서도호의 ‘우리 나라’는 1.5㎝ 길이의 인물 군상을 못처럼 빽빽하게 세워 한반도 지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지역과 시대순으로 작품을 배치했던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은 동양과 서양의 ‘동서 교감’을 주제로 재구성했다. 195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의 주요 작품들이 동시대 서양 미술과 조응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전개되는 현대미술의 혼성적 경향과 역동성,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 동서양 미술의 다채로운 양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고미술 전시실에서 현대미술 전시실로 가는 계단에서 관객들은 태양계를 통과한다. LED조명과 거울을 사용해 태양과 태양계의 8개 행성을 형상화한 올라퍼 엘리아슨 신작 ‘중력의 계단’이 빛으로 가득찬 우주 공간을 창조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교감과 존재의 의미를 생각케 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기획전시실과 로비 공간은 교감이라는 주제를 예술과 관객의 교감으로 풀어냈다. 정향 향기를 맡으며 부드럽고 구불구불한 공간 속을 걸어 다니게 만든 브라질 작가 에르네스토 네토의 환상적인 건축 작품,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가 중국 남부 산악지대에서 모은 고목들로 완성한 신비로운 숲이 작품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문경원과 전준호는 리움 소장품인 통일신라의 금은장 쌍록문 장식조개를 모티브로 신작 영상 ‘q0’를 선보였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뒤섞어 인간의 정념과 윤회를 표현한 20분짜리 싱글 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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