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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지은 형제 77번이라도 용서하라"

입력
2014.08.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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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명동성당서 미사 집전… 한반도 평화·화해 위해 기도

“아무런 남김 없이 용서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용서’였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날인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예수님은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남북한이 화해의 길로 나서기 위해서는 용서를 통해 오랜 역사적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오늘의 미사는 첫째로, 또 무엇보다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드리는 기도”라면서 이 같이 주문했다. 교황은 마태복음 18장에서 베드로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묻자 예수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대답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강론했다. 그는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교황은 한반도 화해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연대도 촉구했다. 그는 “이제 의심과 대립, 경쟁의 사고 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 온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장애인, 북한출신 사제 수도자, 경찰관, 교도관, 환경미화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정부 관계자들과 미사에 함께 했다. 교황의 방한이 없었다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조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를 마지막으로 4박 5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낮 12시 45분 서울 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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