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아들 가혹행위' 남경필, 기고문에선…

입력
2014.08.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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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장남이 군대내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과 관련 피해 장병과 그 가족,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장남이 군대내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과 관련 피해 장병과 그 가족,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복무 중인 큰 아들이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한 후 남경필 경기지사가 “군에 보낸 두 아들들이 맞지는 않을지 걱정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한 언론매체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 지사 측은 큰 아들 관련 사건을 접하기 하루 전 해당 칼럼을 신문사에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뒤늦게라도 취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불찰이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1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남 지사는 지난 15일자 한 중앙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을 인용한 뒤 두 아들을 군에 보낸 소회를 전했다. 남 지사는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선친의 마음을 짐작이나마 했다.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며 “며칠 전 휴가 나온 둘째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걱정 붙들어 매시란다”고 적었다.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은 지난 17일 남 지사의 큰 아들 남모 상병이 중부전선 가혹행위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뒤늦게 논란에 휩싸였다. 군 당국은 남 상병이 육군 6사단 예하 의무부대에 근무하며 후임 A 일병이 훈련과 업무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지난 4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상습 폭행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이날 발표했다. 남 상병은 B 일병을 뒤에서 껴안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군 헌병대에 입건돼 조사를 받은 남 상병은 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장난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사죄의 뜻을 전하면서 큰 아들의 가혹행위 혐의를 통보 받은 날이 13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큰 아들의 가혹행위 사실을 알고도 15일 칼럼을 기고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칼럼의 기고날짜를 두고 논란이 일자 경기도는 남 지사가 이 글을 보낸 건 큰 아들의 가혹행위 혐의를 통보 받기 전인 지난 12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칼럼에서 ‘병장이 돼서 가해자 역할을 하는 건 아닐지’에서의 병장은 남 지사의 큰 아들이 아닌 둘째 아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아들의 입건 사실을 알고도 칼럼 기고를 끝까지 철회하지 않은 것은 경솔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남경필 지사는 대변인실을 통해 “미처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제 불찰이다”고 밝혔다.

남 지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15일 광복절 저녁 10시쯤 자신의 SNS에 “수원 나혜석거리에서 호프 한잔 하고 있습니다. 날씨도 선선하고 분위기도 짱~입니다. 아이스께끼 파는 훈남 기타리스트가 분위기 업 시키고 있네요-나혜석 거리에서”라는 글을 올렸다. 아들의 후임병 구타사실을 확인하고도 이틀 뒤 음주를 하며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자 남 지사는 뒤늦게 해당 SNS글을 삭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해당 군부대에서 철저한 조사 후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일상 생활을 그대로 이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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