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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에 "프란치스코" 직접 세례… 연일 아픔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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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故 이승현군 아버지에게… 단식 농성 김영오씨 편지도 받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14일 방한한 이튿날부터 교황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기도하며, 세례를 내렸다.
17일 오전 7시쯤 안산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가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았다. 앞서 1989년 방한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청년 12명에게 세례를 준 적이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한국인은 이씨가 첫 번째다.
세례명은 교황의 이름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이씨는 “교황님께 직접 세례를 받다 보니 주위에서 권했다”며 “프란치스코 성인의 일대기를 보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분의 정신을 이어받으면 좋겠다 싶어 세례 전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께서 자신이 직접 세례를 하는 일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역사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설명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날 교황에게 묵주와 메달, 세례증서 등을 받았다. 이씨와 동행한 딸 아름(25)씨도 묵주를 선물 받고 교황과 사진을 찍었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씨에 대한 세례는) 준비되지 않았고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이 행하시는 것이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단원고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와 지난달 8일 단원고를 출발,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38일간 900여㎞를 걸은 끝에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을 만났었다. 이들은 “억울하게 죽은 304명의 영혼과 고통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 그들과 같이 미사를 집전해달라”며 도보행진 내내 메고 다녔던 길이 130㎝, 무게 6㎏의 나무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하며 세례를 부탁했다. 아름씨는 세례 후 이씨의 페이스북에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다”라는 글을 올렸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에서는 이곳에서 한달 넘게 단식농성 중인 단원고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가 교황을 만나 편지를 전달했다.
이날 오전 9시 25분쯤 카 퍼레이드를 하며 수십만 인파의 환영에 답하던 교황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자리한 세월호 유가족 300여명을 보고 차에서 내려 김씨의 손을 마주잡고 짧은 기도를 올렸다. 유가족들도, 전광판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도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김씨가 교황에게 전한 편지 두 장에는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할 일이라고 하셨는데, 세월호 유가족이 가장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잊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시복미사 후 김씨는 “방한 후 매일같이 세월호 관련 보고를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유가족들을 만나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34일간 단식하며 빌었던 것이 이뤄진 순간이어서 고맙고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교황의 행보를 계기로 정부, 청와대가 부담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교황님이 우리를 만나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진상을 밝히고 있지 않는 상황을 전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 교황님이 청와대에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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