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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영어에…소통 위한 교황의 다양한 언어

입력
2014.08.17 16:42

해외방문서 영어 연설 처음…아시아청년들 앞에선 "영어가 짧다"

"교회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더욱 경건하고 낮은 자세로 가난한 사람들과 외롭고 병든 자들을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자신의 트위터(▶바로가기)에 한글로 남긴 메시지다.

교황은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한글로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쓴 이후로 방한 기간 매일 1∼2개씩 한글로 된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기고 있다.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길 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어 구사도 화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라틴어, 영어, 프랑스어 등 모두 8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는 능숙하지만, 영어는 그다지 유창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주로 미사는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집전하고, 일상 회화는 스페인어로 구사한다.

그런 교황이 이번 방한 기간에는 트위터에 한글 메시지를 남기는 데 이어 모두 세 번에 걸쳐 영어로 직접 연설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청와대에서 영어로 연설한 데 이어 15일과 17일 아시아청년대회에서도 모두 영어로 연설과 강론을 했다.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한 많은 청년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위해서다. 교황이 해외 방문에서 영어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교황은 방한을 앞두고 영어 공부에 매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특히 지난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청년 대표 3명의 고민을 들은 뒤에는 영어로 "피곤하십니까"라고 물으며 즉흥 연설을 시작했다.

"제가 아는 절친한 친구가 저에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젊은이들에게 종이를 통해 말하면 안 된다고요. 직접 즉흥적으로 마음속으로부터 말해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제가 영어가 짧아서 이게 쉽지 않아요."

교황은 이어 "계속 해도 되겠느냐"고 묻고는 "하지만 이탈리아어로 하겠다"면서 순차 통역을 부탁하고는 아시아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진솔한 답변을 내놨다.

특히 한반도 분단에 대해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고 그중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한국 수도자들과 함께 한국어 기도를 올릴 계획이었으나 이는 교황이 꽃동네 장애인들을 일일이 안아주면서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교황은 참석한 수도자에게 "우리에게 기도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오늘은 헬기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기도로 대신해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대신 교황은 연설을 시작하려다 "우리 방금 전에 함께 기도하고 멋지게 노래도 부를 뻔했죠?"라며 특유의 '유머'를 선사해 큰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한 바 있다.

방한 기간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꽃동네 장애인을 비롯해 수많은 신자와 시민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픔을 달래고 축복을 빌어줬다. 백마디 말보다 더 뜻깊고 진실한 '몸의 언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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