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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칼럼] ‘대통령의 7시간’ 논란

입력
2014.08.15 20:00

세월호 해법의 손톱 밑 가시로 부각

진상규명 대상 지나친 확산에 빌미

청와대가 신속하게 논란 종식시켜야

세종문화회관/박종근]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종문화회관/박종근]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둘러싸고 ‘정치 제로(0)’ 상황에 빠졌다. 원내대표 합의로 한껏 고조됐던 여야관계가 야당의 파기 선언으로 그만큼 급속히 냉각됐다. 와중에 뜬금없어 보이는 여야간의 정치가 불거졌다. 이른바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해명과 반박이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13일 자신의 질의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을 공개했다. “참사 당일인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외부 행사가 없어 줄곧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 20~30분 간격으로 21회에 걸쳐 유선 또는 서면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시를 했다. 첫 서면보고는 오전 10시36분, 마지막 서면보고는 밤 10시9분이었다.”

국조특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반박했다. “특위가 검토해야 할 내용은 당시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보고서를 직접 봤는지, 누구와 상의하여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지시사항은 적절한 것이었는지 등이다. 국정조사에서 다 나온 내용이어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답변이라 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하면서 그 대상에 대해서조차 여야는 공감대를 갖지 못하고 있다. ‘참사를 초래한 모든 원인’ 정도만 공유하고 있다. 참사 한 달 후 민변이 진상규명 과제를 발표했다. “초점은 배상문제나 법률지원이 아니다.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의 근본 원인과 배경, 직접적인 원인,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사고 이후 정부의 대응과 수사과정의 문제점 등을 조사해야 한다.”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과 배경, 사후 정부의 대응을 규명하자는 대목에서 여야는 전혀 다른 생각이다. 청해진 해운과 유병언 일가의 비리가 원인과 배경이라는 점에는 공감했으나, 더욱 근본적인 것들은 일단 뒷전으로 미뤄놓았다. 마찬가지로 정부(부처)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점에는 공감했으나 청와대가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은 거센 공방 속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남겨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이 새롭게 공론화 했기 때문이다.

한 신문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에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정윤회씨를 거론하며 ‘제3의 사나이’ ‘소문의 주인공’ 등의 표현을 넣어 칼럼을 실었다. 청와대 정치를 해석한 것이지 세월호 참사나 ‘7시간 행적’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며칠 뒤 다른 신문이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란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세간의 루머를 언급했다. 역시 정씨를 거론했다. 보름쯤 지난 뒤 일본의 산케이신문이 맹랑한 기사를 게재했다. 앞의 두 신문 칼럼 내용을 조립하고, 기자 자신의 생각을 섞었다. 제목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였다. 검찰이 산케이신문 기자를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었으니 뜨거운 감자로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 형편이다.

^진상규명의 대상 가운데 ‘정부의 대응’에서 박 대통령의 책임론이 예기치 않게 공론화하자 ‘근본 원인과 배경’에서 노무현 정권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맞불이 일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가 세모그룹에 1,800억원의 부채를 탕감해 살려놓은 것이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과 배경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7시간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을 청문회에 부르려면,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인 문재인 의원과 세월호 인허가 책임자인 송영길 전 인천시장을 불러내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자 새정치연합에선 세월호의 선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준 이명박 정권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꼴로 가다가는 진상을 규명하지 말자는 쪽으로 묵시적 합의를 이루는 게 아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돼서는 안 된다. 진상규명의 범위에 대한 문제부터 매듭짓지 못하면 세월호 정국이 풀릴 리가 없다. 사안을 너무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급한 일들을 행동에 옮기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7시간’ 논란을 청와대의 책임 있는 관계자가 직접 나서서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하는 이유다.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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